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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배우 한지민이 한국판 ‘조제’로 ‘미쓰백’ 이후 2년만에 관객 앞에 섰다. ‘조제’가 된 한지민의 모습은 러닝타임 내내 담담하지만, 그래서 더 아프고 슬프다.

10일 개봉한 영화 ‘조제’(김종관 감독)는 처음 만난 그날부터 잊을 수 없는 이름 조제(한지민 분)와 영석(남주혁)이 함께한 가장 빛나는 순간을 그린 영화다. 이미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유명한 일본 원작의 한국판 리메이크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던 이 작품은 애니메이션으로도 리메이크돼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제는 한지민, 남주혁이 함께 그려가는 ‘조제’가 추운 겨울을 온기로 녹이고 있다. 이미 원작을 재밌게 봤던 팬이라는 한지민은 “그 시절을 살았던 내게는 ‘인생 멜로’다. 그런 작품에 출연하는게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작품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부담감보다는 김종관 감독님의 ‘최악의 하루’를 보고 너무 좋았어서 꼭 작업하고 싶었다. 현 시대로 각색되면 어떨까 설렜다. 부담을 애써 극복하려고 노력했다기 보다는 우리 영화만의 특색을 그려내고 담아내려고 노력했다”고 입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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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제 스틸2

앞서 tvN ‘아는 와이프’, JTBC ‘눈이 부시게’, MBC ‘봄밤’ 등 다양한 멜로와 로맨스에 도전했던 한지민. 스크린에서도 멜로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한지민은 “아무래도 드라마의 특성상 멜로가 많지만, 영화 시장 안에서는 멜로가 점점 찾기 힘든 장르가 됐다. 그래서 개인적인 바람도 있었고 그동안은 판타지적인 로맨스나 멜로에 출연했다면 ‘조제’는 가공시키지 않은 민낯, 날것 그대로 느낌의 사랑 이야기라는 점에서 끌렸다”고 설명했다.

영화 속 한지민은 화장기 없는 수수한 얼굴에 머리도 헝클어져 있다. 어딘가 정돈되지 않은 모습은 복잡미묘한 조제의 심리상태를 대변하기도 한다. 한지민은 “캐릭터의 외적인 모습도 그 캐릭터를 표현함에 있어서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세히 보면 초췌했던 조제의 얼굴도 영석과 사랑을 할수록 변해간다. 빛이 돈다. 이런 점도 잘 녹여내고 싶었다”며 열의를 드러냈다. 늘 담담한 조제는 이미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 받은 한지민에게도 또 하나의 도전이었다. 그는 “그래서 더 어려웠다. 너무 담담해서”라고 말한 뒤 “늘 내 자신한테 물어봤고 끊임없이 질문했다. 어쩌면 나도 그간 명확히 설명하는 캐릭터에 물들어있었고 압박이 있었던거 같다. 오히려 덜어내려고 노력했던 작품이다”라고 회상했다.

극중 조제만큼이나 조제를 표현하는 한지민도 꽤나 깊은 시름에 잠겼고 성장통을 겪은 작품이다. 그러나 ‘눈이 부시게’에 이어 다시금 호흡을 맞추게 된 남주혁이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한지민은 “멜로는 무엇보다 호흡이 중요한데 이미 아는 사이라 그 시간을 단축할수 있어서 좋았다. (남)주혁 씨한테 개인적으로 고마운건 이전 작품에서는 마냥 내가 응원해주고 격려해주는 입장이었다면 이번에는 편하게 내 이야기를 솔직하게 할수 있었다. 나의 부족한 지점이나 연기에 있어서 고민되는 지점들을 솔직하게 말해도 있는 그대로 들어주고 의견도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친구다 보니까 그 과정이 없었다면 현장에서 외로운 싸움이었을거 같다”며 “워낙 연기에 대한 열정도 많고 고민도 많은 친구라 함께 연기에 대해 이야기 하는 시간이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조제 스틸1

극중 조제를 세상 밖으로 꺼내주는 영석처럼 한지민에게도 이 같은 존재가 있을까. 그는 주저없이 “있다”고 말하며 “나를 단단해지게 해준 분은 법륜스님이시다. 스님이 하시는 일을 통해서 거리모금도 하게 됐고 노희경 선생님(작가님)도 같은 맥락으로 비슷한 분이다”고 이야기했다.

‘조제’ 역시 한지민을 좀 더 넓은 세상을 보게 한 작품이 됐다. 그는 “나도 이 작품을 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20대 때 일은 많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소극적이고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는 조제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때만 즐길수 있는게 있었더라. 지금의 20대 친구들에게는 끊임없이 치열하게 고민하되 많이 즐기고 놀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영화 개봉을 전후로 홍보요정으로 변신한 한지민은 예능 출연기도 전했다. 그는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나갔는데 카메라가 많은 느낌은 배우 입장에서는 낯선 환경이었다. 많이 긴장돼서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홍현희 씨께서 정말 많은 준비를 해오셨다. 감사드린다. 자연스럽게 이끌어주셔서 어느새 내가 노래까지 하고 있더라. 헤어질때 조심스레 전화번호도 여쭤봤다. 이런 적은 처음이다”라며 미소지었다.

마지막으로 한지민은 “‘조제’를 선보일 생각을 하니 설레기도 하고 떨리기도 한다. 문득 요즘에도 조제가 잘 살아가고 있을까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랑을 할까도 궁금하고, 작품이 끝났는데도 궁금하고 마음이 쓰이는건 그동안 맡았던 작품 중에 조제가 가장 진한거 같다”고 남다른 애정을 전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BH엔터테인먼트, 워너브러더스 코리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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