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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오른쪽) 성남FC 감독과 정경호 수석코치. 제공 | 프로축구연맹

[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성남FC의 2년 연속 잔류를 이끈 원동력, 바로 감독, 코치의 리더십이다.

K리그1 성남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생존에 성공했다. 조금만 미끄러져도 2부리그로 떨어지는 치열한 정글에서 두 시즌 연속 잔류하며 2022년을 1부리그에서 보내게 됐다.

김남일 감독, 정경호 수석코치의 동반 리더십이 잔류의 원동력이다. 두 사람의 ‘케미’는 K리그에서 정평이 나 있다.

일반적으로 K리그에서는 감독이 모든 권한을 행사한다. 지도자마다 스타일이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크고 작은 일에 모두 관여한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래야 감독의 권위가 살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코치가 관여하는 영역이 넓어지면 감독 목소리가 작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기 마련이다.

축구 선진국 유럽에서는 감독과 코치의 영역이 나뉘어 있다. 감독은 큰 틀에서 방향성을 정하고 코치가 세부적으로 많은 일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이로 인해 감독이 코치보다 나이가 어린 경우도 허다하다.

성남은 후자에 가깝다. 김 감독은 정 코치에게 많은 것을 일임한다. 전술, 선수 구성부터 훈련까지 정 코치가 담당하는 범주가 꽤 넓은 편이다. 정 코치가 선수단과 밀접하게 붙어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디테일한 일을 책임진다. 김 감독은 특유의 카리스마와 리더십으로 팀을 장악해 큰 그림을 그리는 시스템이다. 정 코치가 일종의 ‘브레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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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에서 좋은 케미를 보여주는 김남일(왼쪽) 감독과 정경호 수석코치.제공 | 성남FC

관계도 비교적 수평적이다. 김 감독은 1977년생으로 1980년생인 정 코치와 세 살 차이다. 원래 ‘형, 동생’ 하는 사이인데 감독, 코치로도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 받는다. 코치가 감독의 눈치를 보느라 자신의 생각을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는 K리그 풍토와 차이가 있다. 그렇다고 정 코치가 김 감독을 마냥 편하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정 코치가 의견을 제시하지만 결국 선택하는 것은 김 감독의 몫이다.

두 사람 사이의 믿음이 확실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 코치는 K리그에서 인정받는 지도자다. 나이는 젊은 편이지만 K리그 경험이 풍부하다. 국내 지도자 경력만 보면 오히려 정 코치가 김 감독보다 많다. 2016년 성남에서 코치로 일했고, 2017~2019시즌에는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에서 김태완 감독을 보좌했다. 당시에도 정 코치는 팀의 많은 일을 담당했다.

김 감독이 성남 사령탑에 오르면서 정 코치를 데려온 것도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사실 정 코치는 상주에서 활약으로 많은 감독의 관심을 받았다. 전술적 아이디어가 돋보이고, 감독의 오른팔로 일하는 능력도 탁월하다는 소문이 나면서 적지 않은 지도자가 영입을 고려했다. 정 코치는 김 감독 특유의 리더십과 인간적인 매력에 끌렸다. 두 사람은 과거 선수 시절 대표팀에서부터 함께한 사이다. 오랜 기간 쌓인 우정과 신뢰가 지금의 ‘브로맨스’로 이어지고 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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