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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손아섭. 제공|NC다이노스

[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부산 사직구장은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야구장이었다. 꾸준히 매진 경기가 나온 것은 물론 롯데 팬들의 함성 소리 또한 하늘을 뚫어버릴 기세였다. 그만큼 당시 롯데 야구는 화끈했다. 라인업에 강타자가 즐비했고 5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손아섭(33)은 암흑기에서 탈출한 롯데의 새 얼굴이었다. 2년차였던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1군 무대를 밟으며 가파른 성장곡선을 그렸다. 이대호와 더불어 롯데 팬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선수였다. 올해까지 15년 동안 롯데 프랜차이즈 스타로 활약했고 최연소·최소 경기 2000안타 돌파를 이뤘다. 롯데 유니폼을 입고 역대 최다 안타 신기록을 세울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손아섭과 롯데의 인연은 2021시즌에서 끝났다. 손아섭은 지난 24일 NC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선수 입장에서 조건이 나은 NC를 선택하는 게 당연한 상황이었다. 롯데도 처음 제시액보다 계약규모를 키웠으나 NC의 오퍼를 따라가지 못했다.

롯데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투수와 수비가 중심이 된 야구로 전환하고 있다. 2022시즌에는 홈구장도 투수 친화형 구장으로 탈바꿈한다. 현재 사직구장 외야 펜스를 뒤로 미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수비보다는 공격에 장점이 있는 손아섭과 롯데의 이별은 어느정도 예정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뜨거운 화력을 자랑했던 시절을 뒤로 하고 손아섭과 이별한 롯데다.

키움과 NC도 그렇다. 롯데처럼 팀의 얼굴이었던 스타와 이별했다. 키움은 구단 역사에 전환점을 찍은 박병호와 FA 계약에 실패했다. NC는 구단 역사 그 자체인 나성범을 포기하면서 박건우와 손아섭을 잡았다. 박병호와 나성범 모두 키움과 NC 구단 역대 최다 홈런을 기록하고 있다. 박병호는 키움에서 327홈런, 나성범은 NC에서 212홈런을 쳤다. 앞으로 박병호는 KT, 나성범은 KIA 유니폼을 입는다.

박병호는 원클럽맨은 아니었다. 2005년 LG에 입단했는데 2011년 트레이드로 키움 이적 후 거포로서 잠재력을 터뜨렸다. 최약체이자 가난한 구단 이미지가 강했던 키움도 박병호와 함께 뛰어올라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이 됐다. 2015년까지 홈이었던 목동구장에는 늘 일당백 팬들이 우렁차게 박병호를 외쳤다. 홈런왕이자 MVP 박병호는 팀의 자존심이었다. 비록 최근 2년 동안 고전했던 박병호지만 2022년 박병호 없는 키움은 쉽게 그려지지 않는다.

박병호
KT 박병호가 29일 3년 총액 30억원에 FA 계약을 체결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KT 위즈

나성범은 FA 시장 개장 전까지만 해도 전소속팀 잔류가 가장 유력한 선수였다. 그런데 나성범 계약규모가 NC 구단 계산을 웃돌았고 NC는 나성범 대신 국가대표급 타자 두 명을 선택하며 방향을 선회했다. 팀홈런 숫자는 줄어들지 몰라도 보다 정확한 타격과 출루로 팀컬러를 바꾼 NC다. 나성범, 테임즈, 이호준 등 거포들을 앞세워 빠르게 강호로 자리매김한 NC 또한 새로운 야구, 새로운 시대를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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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와 계약을 체결한 나성범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공=KIA타이거즈

손아섭, 박병호, 나성범 뿐이 아니다. 삼성에서 LG로 이적한 박해민, 두산에서 NC로 이적한 박건우까지, 이번 스토브리그는 선수들의 이적과 계약규모 모두 역대급이다. 박해민과 박건우 또한 각각 삼성과 두산에서 우승 반지를 거머쥐었다. 박건우는 두산 황금기 주축 멤버였다.

야구팬 입장에서 프랜차이즈 스타와 이별은 패배 만큼이나 고통스럽다. 반대로 새로운 스타를 맞이하는 팬들은 팀이 승리한 것처럼 짜릿함을 느낀다. 특급 선수들의 이적과 함께 KBO리그에 새로운 그림이 펼쳐지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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