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광민
한화 권광민. 출처|한화 이글스 SNS

[스포츠서울 | 최민우기자] 한화 선수들이 현역병 신화를 꿈꾼다.

운동선수에게 현역병 입대는 경력 단절을 의미한다. 때문에 상무 체육부대에 입대해 운동을 이어가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야구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경찰청 야구단이 폐지된 후 상무 입대는 바늘구멍 통과하기 보다 어려워졌다. 상당수 선수들이 현역으로 군 입대를 결정한다. 오히려 터닝포인트가 되는 경우도 있다. 한화 김태연이 그렇다. 전차병으로 군복무를 마친 그는 전역하자마자 발군의 실력을 과시했고, 주전으로 완벽하게 자리 잡았다.

한화에는 김태연뿐만 아니라 ‘현역병’ 성공 사례를 노리는 선수들이 다수다. ‘루키’ 권광민도 그중 하나다. 장충고 졸업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시카고 컵스와 입단 계약을 맺었던 그는 빅리그 도전을 접은 뒤, 2019년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유튜브를 보며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체격을 키웠고, 단거리 달리기를 통해 민첩성을 기르는 데 주력했다.

제대 후 권광민은 독립야구단 스코어본 하이에나들에서 프로 입단의 꿈을 이어갔다. 그리고 2022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5라운드 전체 41번으로 한화에 지명됐다. 외야 곳곳이 빈자리라, 즉시 전력감으로 평가받는 권광민도 경쟁에 뒤처지지 않는다. 똑같이 현역병으로 제대한 김태연이 자극제가 되기도 한다. 권광민은 “나도 오랜 시간 야구를 쉬었던 사람이다. 그래서 김태연이 더 대단해 보인다. 그만큼 열심히 준비한 결과다”며 뒤를 쫓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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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김기탁. 제공|한화 이글스

투수 파트에는 김기탁이 있다. 그는 김해고를 졸업한 뒤 2017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 75순위로 입단한 왼손 투수다. 고교 시절에는 수준급 투수로 각광받았지만, 프로의 벽은 높기만 했다. 이렇다 할 활약 없이 한 시즌 만에 방출 통보를 받았다. 곧바로 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2사단 신병교육대 조교로 복무했다. 제대 후 테스트를 거쳐 육성선수 신분으로 한화에 재입단했고, 2020년 8월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지난해 9월 처음 1군 엔트리를 올린 김기탁은 꾸준히 성장곡선을 그렸다. 운동에 진지한 태도는 선배들의 눈에 들었다. 매년 겨울 류현진과 함께 훈련하는 장민재는 김기탁을 제주 캠프에 초청했다. 빅리거와 함께 한 시간은 소중한 자산이 됐다. 왼손 투수라는 공통분모도 있어, 김기탁은 류현진에게 많은 것들을 배웠다. 뜻깊은 겨울나기를 마친 김기탁은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으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사령탑이 꼽은 스프링캠프에서 주목할 선수 8인에 김기탁이 포함됐고, 올해 정규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군 전역자들이 1군 엔트리에 자리 잡는다면, 한화는 보다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선수와 구단 모두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miru042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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