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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마주 ’스틸컷 (사진|준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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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마주 ’스틸컷 (사진|준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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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마주 ’스틸컷 (사진|준필름)

“뜨니까 변했다는 말도 많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원래 이래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지 않죠. 하하하”

기우였다. 영화 ‘기생충’으로 월드스타 반열에 올라선 후 주연급 연기자로 도약한 이정은이 행여 변했을까 걱정한건 쓸데없는 오지랖이었다. 이정은은 그가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함안댁처럼 든든하게 곁을 지켜줄 것 같은 사람이었다.

이정은의 행보가 무섭다. 가장 돋보이는 조연배우, 신스틸러였던 그는 최근 드라마와 영화의 주역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JTBC 드라마 ‘로스쿨’(2021), 넷플릭스 ‘소년심판’(2021)에 이어 최근 방송 중인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까지, 이제 믿고 보는 이정은 전성시대가 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그가 선택한 영화 ‘오마주’는 ‘잘 나가는’ 이정은의 행보와는 사뭇 다른 작품이다. ‘오마주’는 세 번째 영화가 흥행에 실패한 뒤 한국 1세대 여성감독 영화 복원작업에 참여하는 중년 여성감독의 이야기를 그렸다. 이정은은 한국 두 번째 여성 영화감독인 홍은원 감독의 작품 ‘여판사’의 사라진 필름을 찾아나서는 지완으로 분해 홍감독의 발자취를 찾아 나선다.

시나리오를 읽은 뒤 20분 만에 출연을 수락했다는 이정은은 수백억 대작 블록버스터도 고사하고 지완에 몰입했다. 108분의 러닝타임은 오롯이 이정은의 독무대다. 남편 역의 권해효, 아들 역의 탕준상과 1세대편집기사 옥희 역의 이주실 등이 함께 출연하지만 때로 영화인으로, 때로 로드무비 속 주인공처럼 사라진 필름을 찾아나서는 이정은의 모습이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온다.

“아무리 좋은 작품도 나랑 접점이 없을 때가 있는데 ‘오마주’는 내가 충족시켜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나 역시 2000년대 초반, 두 작품을 연출한 뒤 말아먹은 기억이 있다. 무엇보다 당시 나와 함께 했던 좋은 배우,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동료들에 대한 마음의 빚은 영화를 연출한 신수원 감독이 스태프들에게 지고 있던 부채의식과 동일했다. 이정은은 “신수원 감독님도 스태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한다. 영화제에서 상을 받아도 스태프들에게 금전적인 혜택이 돌아가는 건 아니니까”라며 두 사람이 의기투합한 과정을 설명했다.

‘오마주’는 여전히 영화판에서 고군분투하는 21세기 여성영화인들을 향한 일종의 헌사다. 지완이 찾아 나선 홍은원 감독같은 1세대들의 헌신과 희생이 밑거름이 돼 지금의 여성영화인들이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조연배우들의 영역을 넓힌 이정은의 모습은 극중 홍은원 감독과 닮았다.

“주연배우로서 내 역할이 다른 배우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생각에 늘 노선을 잘 잡으려고 한다. 무엇보다 내가 조연배우의 영역을 확장해 후배들에게 다른 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용기를 내려고 한다.”

이정은은 실상 노력하는 배우다. 최근 방영 중인 tvN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속 제주 토박이 은희 역을 연기하기 위해 직접 제주살이를 체험하며 제주 방언을 배웠다. 이정은은 “나는 내려가서 배웠는데 (같은 드라마에 출연하는) 이병헌 씨는 현지에 가지도 않았는데 사투리를 잘하더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영화 ‘기생충’으로 배우인 인생의 이정표를 썼지만 이정은은 이정은이다. 그는 “영예는 주변과 작품의 협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계속 반복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tvN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출연 당시 만났던 점쟁이 할아버지가 그러더라. 목적지를 향해 갈 때 롤스로이스를 타고 가도 집에 갈때는 지하철을 타고 오는 게 삶이라고. ‘기생충’은 ‘기생충’이고 그 다음 삶이 얼마나 변했냐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우블스’도 비슷하다. 그런 작품이 계속 있는 것도 아니다. 지하철을 타고 여기저기 답사하며 연구해 만들어내는 게 배우의 역할이다.”

조은별기자 mulgae@sportsseoul.com

사진제공|준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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