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스포츠서울 | 황혜정기자]

“애낳고 직장생활하는 친구들한테 3년만에 연락이 왔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친구들이 ‘태훈에게서 자기 표정이 가끔씩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았다, 힘내라’고 연락이 오더라. 그런 게 처음이었다.”

반려견 테디와 함께 인터뷰 장소에 들어온 이기우는 “평소에 자주 함께 다니고 있다. 아직 두 살이 안 돼서 사회성 키우는 것도 꾸준히 해야 해서 가면 안되는 곳 빼고는 많이 데리고 다닌다”며 반려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보였다. 테디는 인터뷰 내내 이기우의 주변을 맴돌며 웃음을 자아냈다.

JTBC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가 호평 속에 “나를 추앙해요”라는 명대사를 남기고 최근 종영했다. 극 중 싱글대디 이혼남 조태훈을 연기한 배우 이기우(41)를 최근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기우는 종영소감으로 “그동안 봤던 대본 중 처음 볼 때부터 다른 느낌의 대본이었다. 이렇게 말이 없어도 되나 싶기도 하고, 먹는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 싶기도 하다”라며 “읽을 때마다 느낀 건 너무 다양한 냄새가 나는 대본이다. 이번 작품은 유독 빨리 끝나는 것 같다. 주변에서도 아쉬워 한다. 배우가 가질 수 있는 종영의 여운을 오래가지고 가고 싶다”고 말했다.

‘또 오해영’(2016), ‘나의 아저씨’(2018) 등 찰진 대사를 잘 쓰는 박해영 작가의 작품이었다. 이기우는 “역할로 말씀드리면, 말이 별로 없다. 감독님도 말이 많은 것보다 없는 게 더 연기하기 쉽지 않다고 알려주셨다. 그러다 보니 몇 안 되는 대사 안에서 어떤 표정으로 어떻게 뱉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며 “많은 걸 준비해서 갔을 때보다 태훈스럽게 약간은 무기력하고 힘빠진 톤으로 갔을 때가 감독님도 그렇고 나도 좀 편했던 것 같다. 효과적으로 표현해내기 위한 공부를 많이 했고 연기자 입장에선 그 부분이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4451db11-c9e6-4908-9934-0b6f423e7a6f
‘나의 해방일지’ 스틸컷.

싱글대디이자 이혼남을 연기해야 했다. 이기우는 “경험해보지 못해 이혼하신 분들 매칭프로그램 ‘돌싱글즈’를 꾸준히 보게 되더라. 또 실제로 절친이 싱글대디다. 그 친구 만나서 이야기도 들어봤다. 그 친구를 보니 표정이 예전보다 없어졌더라. 사회생활하면서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인데도 그런 부분도 미소없이 건조하게 지나가는 등 태훈이 가져야 할 모습을 신경썼다”고 회상했다.

이어 “나는 (mbti가)ENFJ다. 사교적이고 사람 만나는 거 좋아하고. 누군가와 같이 있는 시간을 즐기는 편인데 태훈은 전형적인 ‘I’(내향형)로 시작하는 인물이다. 싱글대디 이혼남이라는 사회적인 보이지 않는 프레임과 드센 누나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태훈 등에 짊어진 짐 때문에 더 표현을 안 했던 것 같다. 아빠이기 때문에 표현할 수 없는 책임감이 있었을 거고. 감독님께서 최대한 ‘I’스럽게 가라고 주문을 해주셨다. 처음에는 이게 조금 힘들었다. 나중에는 감독님이 좋아하셨다. 이제 완전히 태훈 같다며”라며 웃었다.

‘나의 해방일지’는 최고시청률 6.7%로 종영했다. 화제성에 비해 다소 낮은 수치다. 이기우는 “단순한 화제성 보다는 이야기가 주는 힘이 굉장히 큰 작품이었다. 우리와 좀 동떨어진 이야기가 아닌 맞닿아 있는 내 이야기일 수 있는 부분이 많아서 서로 시청자들끼리 공감을 나누게 된다”며 “14부 대본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신 장면이 나에겐 아버지가 돌아가신 상황이라 똑같았다. 그래서 SNS에 글을 올렸더니 댓글이나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많은 분들이 비슷한 경험을 공유해주셨다”고 설명했다.

3

손석구가 연기한 ‘구씨’는 여성팬이 많고, 이기우가 연기한 ‘태훈’은 남성들이 많이 공감하는 것 같다고 하자 “구씨는 남자인 내가 봐도 너무 멋있다. 석구와 연락하면 말투가 되게 귀염귀염하다”고 웃었다. 이어 “나도 새로운 경험을 한 게, 애낳고 직장생활하는 친구들한테 3년만에 연락이 왔다.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친구들이 태훈에게서 자기 표정이 가끔씩 보이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힘내라고 연락이 오더라. 그런 게 처음이었다”라고 뿌듯해했다.

이기우에게 ‘나의 해방일지’란 “좋은 극본과 좋은 감독님 밑에서 역할에 상관없이 같이 호흡을 맞추고 함께 이뤄낸 산물을 나누는 게 기쁘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너무 크게 만족하고 있다. 연기 부분에서 다음에 개선할 점들은 분명히 있으니까 나한테는 또 하나의 ‘교재’로 활용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고 만족해했다.

마지막으로 이기우는 영화 ‘클래식’(2003)으로 데뷔해 20년차 연기자가 된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겼다. “2, 3년 전만해도 17, 18년째 일을 하고 있을지 몰랐다.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함과 동시에 ‘많이들 도와주셨는데 내가 아직도 이 정도 위치에서 뛰고있구나, 분발해야겠다’ 이런 두가지 생각이 공존한다. 내년이 20년째가 되고 나이도 마흔살이 넘어가다보니 아프지 않고 이 일을 꾸준히 해온 것 자체가 다행이다.”

5

et16@sportsseoul.com

사진 | 네버다이엔터테인먼트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