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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선빈. 최승섭기자 thunder@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수원=장강훈기자] “동료들 모두 잘해주고 있다. 후배들을 믿는다.”

강제 5위 쟁탈전으로 끌려간 인상이지만 호랑이 군단 ‘캡틴’은 덤덤했다. 6위권 그룹의 추격이 거세 보이지만, 가던 길 계속 가면 가을잔치 초대장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믿음의 근거는 팀 타이거즈다. KIA 김선빈(33)이 4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의지를 드러냈다.

김선빈은 21일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와 원정경기를 앞두고 “내 타격감은 썩 좋은 편이 아니지만, 팀 분위기는 계속 좋다. (최)형우 (양)현종이 형과 (나)성범이가 든든히 받쳐주고 후배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준 덕분에 나도 묻어가는 것 같다”며 웃었다. 자세를 한껏 낮췄지만, 김선빈도 어느새 3할 타율 복귀를 앞두고 있다. 지난 19일 광주 NC전에서는 이창진이 끝내기 홈런을 칠 수 있도록 9회말 동점 적시타를 뽑아냈고, 20일 수원 KT전에서는 불펜 투수들에게 편안함을 선물하기 위해 쐐기 2타점 적시 2루타를 만들었다.

[포토]김선빈의 시즌 첫 홈런 축하하는 최형우
KIA 김선빈(왼쪽)이 28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KBO리그 KT와의 경기6회초 무사 KT 선발 배제성을 상대로 솔로 홈런을 치고 최형우와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6, 7월 체력저하 등으로 타격 슬럼프에 빠졌지만, 후반기들어 감각을 회복한 뒤 8월 14경기에서 4할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안타 20개 가운데 타점이 11개에 달할만큼 찬스 때 힘을 발휘하는 중이다. 그는 “결과가 좋아서 감이 좋은 것처럼 보일 뿐이다. (배트 중심에) 제대로 맞히는 공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감이 좋다는 말을 못하겠다”며 웃었다.

배트 컨트롤은 키움 이용규와 함께 국내 최고 자리를 다툰다. 끈질긴 커트보다 원하는 방향으로 타구를 보내는 능력이 발군이다. 특히 1, 2간으로 밀어치는 능력은 리그 원톱으로 불러도 손색없다. 그런데도 “사실 오른쪽으로 타구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자꾸 그쪽으로 간다”며 겸손해했다. KIA 이범호 타격코치가 “(김)선빈아, 하루에 안타 한개는 직무유기다. 매일 두개는 쳐야 한다”고 농담을 건넨 것도 방향성의 탁월함 때문이다. 타격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반대방향으로 타구를 보내기’를 김선빈만큼 잘하는 선수는 없다.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도 동료들에게 공을 돌리는 이유는 캡틴의 무게 때문이다. 그는 “후반기에 팀 성적이 주춤할 때 솔직히 부담됐다. 안그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부담이 크더라. 팀을 끌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이 팀 성적에 따라 일희일비하게 만들더라”며 웃었다. “후배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진심에서 우러나는 말이다. 그는 “어린 선수들이 버텨주지 않았으면, 팀 성적은 더 떨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포토]KIA  김선빈, 머뭇 머뭇...
KIA 2루수 김선빈.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국내 선수만 보면, 구성이 크게 바뀌지는 않았다. 양현종이 돌아온 것을 제외하면 큰 변화가 없다.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좋은 활약을 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수들은 썩 만족스럽지 않은 게 사실. 그런데도 지난해 9위로 처져 꼴찌싸움을 하던 팀이 5위 자리를 굳게 지키고 있다. 김선빈은 “감독님께서 눈치보지 않는 야구를 하자고 말씀하신 게 팀 분위기가 됐다. 편하게 플레이하면, 특히 위기상황에 자기 기량을 발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니 자기 것만 하면 크게 뒤처지지 않는 게 프로 세계다.

김선빈은 “오늘 경기에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으로 시즌을 치르고 있다. 최선을 다해 이기면 좋지만, 지더라도 내일을 기약할 동력이 생긴다. 이게 위태위태하면서도 5위를 지키는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말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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