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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노현지(가운데)가 30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박신자컵 서머리그 준결승 KB스타즈와 경기에서 슛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스포츠서울 | 청주=김동영기자] 12년간 한 팀에서 뛰었으나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했다. 첫 공식 무대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하고 있다. BNK 썸에서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노현지(29) 이야기다. 전주원(50) 코치도 만족감을 드러냈다. 차기 시즌 우리은행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우리은행은 30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2 박신자컵 서머리그 준결승전 KB스타즈와 경기에서 57-47의 승리를 거뒀다. 극한의 수비력을 바탕으로 KB를 잡았다. 예선에서 70점대 점수를 뽑은 KB를 단 47점으로 묶었다.

농구는 수비만 한다고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넣기도 넣어야 한다. 노현지가 선봉에 섰다. 팀 내 최다인 16점을 올렸고, 리바운드도 10개나 걷어냈다. 팀 내에서 방보람(14리바운드)에 이어 2위다. 2어시스트 2스틸 1블록도 더했다. 전방위 활약을 펼친 셈이다.

감독으로서 이날 경기를 지휘한 전 코치는 “(노)현지가 우리은행에 와서 농구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고 가는 것만으로도 역할이 크다. KB는 최희진, 염윤아가 구심점이 되어 잘 이끌어줬다. 우리는 노현지가 해주고 있다. 지난 2경기에서 개인 기록이 빼어나지는 못했지만, 어린 선수들을 잘 이끌었다. 그 부분에 점수를 많이 주고 싶다. 오늘은 또 본인이 해결까지 하더라”며 놀라움을 표했다.

노현지는 지난 2011년 신입선수 선발회(드래프트) 2라운드 4순위로 KDB생명의 지명을 받았다. 이후 12년간 한 팀에서 뛰었다. 팀명이 KDB생명에서 OK저축은행으로, 이후 BNK 썸으로 이어졌으나 노현지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 팀의 주축 포워드로서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지난 5월31일 변화가 있었다. 트레이드를 통해 우리은행으로 이적했다. 우리은행은 2022~2023 신인 지명권(1,2라운드)을 BNK 썸에 넘겼다. 우리은행이 BNK 썸보다 앞 순위가 걸릴 경우 성립하는 형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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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 노현지가 28일 청주실내체육관이서 열린 2022 박신자컵 서머리그 대학선발과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이번 박신자컵이 노현지의 데뷔 무대가 됐다. 그리고 베테랑의 힘을 보였다. 예선에서는 BNK 썸전에서 3점 7리바운드 5어시스트를 올렸고, 대학선발과 경기에서 4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아주 빼어난 수치는 아니다. 그러나 준결승전 KB와 경기에서 폭발했다. 중요한 순간 존재감을 뿜어낸 셈이다.

경기 후 만난 노현지는 “승리보다, 선수들에게 ‘우리 농구를 하자’는 주문을 했다. 포커스는 몸 싸움과 수비로 잡았다. 코치님께서도 그 부분만 잘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잘 수행했고, 승리까지 하게 됐다. 우리 후배들 모두 잘하는 선수들이다. 뭔가 자신감이 떨어진 것 같더라. ‘잘한다’고 계속 해줬다. 자신감을 올려주는 말을 많이 해줬다. 그래서 잘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밖에서 본 우리은행과 안에서 느끼는 우리은행이 다를 수밖에 없다. 노현지는 “우리은행은 수비와 리바운드가 굉장히 강하다. 그 부분이 잘 이행되면서 공격도 잘 되는 것 같다. 박신자컵을 준비하면서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시즌에서도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적인 것도 있지만, 수비와 리바운드에 집중했다”고 짚었다.

위성우 감독은 훈련량이 많기로 유명한 사령탑이다. 강도도 세다. 노현지도 처음 겪는다. 금방 적응했다. “다 아시겠지만, 우리 팀이 훈련량이 많다. 그런데도 감독님은 많이 변했다고 하더라. 들었던 것보다 분위기가 밝다. 선수들이 어두워보이지만, 그렇지도 않다. 또 와서 느끼는 것은, 운동시간이 긴지만, 그만큼 집중력이 좋다. 끝까지 집중하더라. 좋은 성적을 내는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시즌 파이널 무대에 올랐으나 KB에 패하며 아쉬운 준우승에 그쳤다. 2022~2013시즌 다시 도전한다. 노현지가 필요했고, 지명권 출혈까지 감수하며 데려왔다. 일단 데뷔 무대에서는 성공적인 모습이 나왔다. 진짜는 정규시즌이다. 노현지가 박신자컵에서 하는 것처럼 후배들을 잘 다독이며 이끌 수 있다면 우리은행도 그만큼 더 강해진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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