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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심언경기자]

“재벌 2세 가고 변호사 왔다!”

태어날 때부터 카르텔의 일원이 되는 법복 가족부터 천 원 혹은 커피 한 잔에 법률 상담을 해주는 변호사까지, 법조인을 전면에 내세운 법정물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24일 첫 방송한 JTBC 토일드라마 ‘디 엠파이어: 법의 제국’은 대한민국 법조계 가족의 은밀한 사생활을 소재로 하는 작품이다. 주요 인물의 직업은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부장, 로스쿨 교수, 국내 최고 로펌 변호사 등이다.

하루 앞선 23일 시작한 SBS 금토드라마 ‘천원짜리 변호사’는 제목만 봐도 단박에 장르를 예측할 수 있다. 실력은 뛰어나지만 수임료는 천 원인 ‘갓성비(가성비가 좋은) 변호사’ 천지훈(남궁민 분)의 통쾌한 변호 활극을 표방한다.

이밖에도 현재 방영 중인 tvN 금토드라마 ‘블라인드’, KBS2 월화드라마 ‘법대로 사랑하라’,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역시 주인공이 법조인이다. ‘블라인드’의 하석진이 판사로, ‘법대로 사랑하라’의 이승기와 이세영이 검사 출신 건물주와 변호사로 분했다.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의 정려원과 이규형은 모두 변호사다.

인기리에 종영한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MBC ‘빅 마우스’, SBS ‘왜 오수재인가’ 등도 변호사가 서사의 주축인 작품이다. 이 드라마들은 모두 시청률, 화제성 측면에서 성공을 거뒀다. 특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신생 채널에서 최고 시청률 17.5%(이하 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신드롬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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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은 수개월간 이어지고 있다. 이는 원작을 둔 드라마가 늘어나는 추세와 관련있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 A씨는 25일 스포츠서울에 “최근 법정물, 사극, 의학물이 유행이다. 이러한 유행은 3~4년 주기로 돌아오는 것 같다. 또한 원작이 그런 장르인 경우가 많다. 지금 작가들도 많이들 이런 쪽으로 쓰고 있다고 하더라. 제작사 입장에서는 원작이 있으면 처음부터 끝까지 그 내용만 잘 채워 넣으면 된다. 현재 제작 환경에 적합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취재가 용이하고 소재가 다양하다는 점이 법정물의 대유행과 맞닿아 있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최근 드라마 작법이 많이 달라졌다. 요즘은 사전 취재를 통해 얻은 정보에 이야기를 얹는다. 법정물은 사례도 많고 소재도 많다. 접근도 어렵지 않다. 캐릭터를 누구로 세우느냐에 따라서 이야기도 달라진다.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고 봤다.

일부 시청자들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는 법조인 이야기가 벌써 지겹다는 반응을 보인다. 하지만 갓 발을 뗀 ‘천원짜리 변호사’가 1회 8.1%, 2회 8.5%라는 호성적을 거둬, 당장 법정물의 수명이 다했다고 보기는 힘들다. 대신 극을 끌어갈 캐릭터의 힘, 타 작품과 다른 전개 방식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 평론가는 “드라마 관계자들 스스로 (법정물이)식상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새롭게 접근할 필요가 있는데, 실제 법정에서 이뤄질 수 없는 정의를 대변하는 캐릭터를 내세우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그리고 정의 구현은 법정 안에서도 밖에서도 할 수 있지 않나. 여기에서도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또한 지금까지 소송이 거대담론으로 갔다면 이제 민사를 다루는 등 소소한 변주가 있다. 사실상 변주를 많이 하고 있다는 게 식상하다는 것을 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notglasses@sportsseoul.com

사진 | SBS, ENA, 디즈니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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