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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왼쪽)과 우규민. 사진 | 오키나와=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오키나와=김동영기자] “나이? 결국 실력이 전부다.”

스포츠 과학의 발달로 많은 선수들이 예전에 비해 더 오랜 시간 현역으로 뛰고 있다. 그러나 40살까지 뛰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있더라도 주축 대신 조연이 되는 경우가 많다. 삼성은 아니다. 마운드에 나이 서열 1~2위가 최고로 군림하고 있다. 자신들도 같은 ‘선수’라 한다. 주인공은 우규민(38)과 오승환(41)이다.

지난해 삼성 불펜은 평균자책점 4.52로 리그 5위에 자리했다. 아주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허수’가 있다. 불펜 내 ‘비중’에서 우규민과 오승환이 절대적이었다는 점을 봐야 한다.

오승환은 57경기 57이닝, 6승 2패 2홀드 31세이브, 평균자책점 3.32를 찍었다. 불펜 투수 가운데 이닝 1위다. 우규민은 60경기 47이닝, 4승 3패 16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6을 만들었다. 이 둘의 기록을 합하면 117경기 104이닝, 10승 5패 15홀드 32세이브, 평균자책점 3.29가 된다. 이 둘을 뺀 나머지 불펜의 합계 평균자책점은 4.84.

결국 오승환과 우규민의 역할이 절대적이라는 의미다. 2023년도 여전히 주축이고, 핵심이다. ‘언제적 오승환, 우규민이냐’고 하는 이들도 있으나, 실력과 나이는 언제나 별개다. 젊은 선수들이 즐비하지만, 오승환과 우규민이 아직은 위다. ‘선배님들 훈련 진짜 많이 하신다’며 후배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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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왼쪽 두 번째)이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삼성의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지에서 우규민과 오승환을 만났다. 빠른 1985년생인 우규민은 1984년생들과 친구다. “40살이 됐다”고 했다. 대신 “몸은 몇 년 전보다 더 좋아진 것 같다. 자기가 잘 하면 나가는 거다. 그게 경쟁 아닌가. 지금 팀이 똘똘 뭉쳐 있다. 오히려 어린 친구들이 더 독해져야 할 필요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하체와 가슴, 머리로 던져라’고 한다. 훈련을 하고, 강한 멘탈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로 하는 말이다. 위기에서 한가운데 꽂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요즘 데이터에 집착하는 친구들이 있다. 바보 같은 생각이다. 투수는 구속, 회전수가 아니라 아웃을 잡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우규민은 “(오)승환이 형도 있고, (강)민호 형도 있다. 선배들이 더 잘하고, 오래 해야 후배들도 ‘나이 많아도 오래 할 수 있구나’ 하지 않을까. 후배들이 봤을 때 저 형처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고 설명했다. 질 생각이 아예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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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우규민이 4일 요미우리와 연습경기에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도 다르지 않다. “예년과 다를 게 없다. 나이 얘기를 듣다보니까 ‘다르게 해볼까’ 싶기도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더라. 나이 들었다고 인정하는 꼴이 된다. 선수니까 운동을 하는 것이다. 똑같이 운동한다는 것 자체가 몸 상태에 이상이 없다는 것 아니겠나. 훈련 많이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솔선수범 해야 한다. 나도 조심스럽다. 꼰대가 될 수도 있지 않나. 내가 열심히 하면 후배들도 보고 느끼는 것이 있지 않을까. 나도 결과로 보여줘야 말을 해도 먹힌다”며 각오를 다졌다.

눈에 띄는 후배들이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내가 평가할 일이 아니다. 나도 같은 선수다. 후배들도 힘들 것이다. 사실 연습을 많이 하고, 쌓아두면 불안한 것이 없다. 자신감은 연습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단순하다. ‘자신감 갖고 하라’고 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자신감은 훈련이다. 많이 해본 사람이 자신 있을 수밖에 없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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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오승환(왼쪽)과 우규민. 사진제공 | 삼성 라이온즈

아울러 “세이브 30개를 하면, 400세이브가 된다. 빨리 하고 싶다. 후배들도 그 기록을 보고 노력하지 않겠나. 내가 누군가의 목표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나이는 어쩔 수 없다. 내가 입증해야 한다. 부담을 안고 하지는 않는다. 하루 하루 열심히 하고 있다”고 했다.

삼성은 젊고 유망한 투수들을 꽤 많이 보유하고 있다. 올해 입단한 이호성, 서현원 등도 팀에 힘이 될 수 있다. 멀리 보면 젊은 선수들이 성장해서 주축이 되어야 한다. 이들이 쑥쑥 자라서 오승환과 우규민을 ‘밀어내는’ 쪽이 그림이 좋다. 그 전까지는 똑같은 선수로 경쟁한다. 40대라서 안 되는 것은 없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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