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315_이정후01
키움 이정후가 15일 곧바로 팀에 합류했다. 훈련을 마친 후 취재진을 만나 담담하게 WBC와 국가대표에 대한 생각을 내놨다. 사진 | 고척=김동영기자 raining99@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기자] “일본은 매년 소집하잖아요. 우리도 좀…”

키움 이정후(25)가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출전해 참담함을 맛보고 돌아왔다. 오자마자 바로 팀에 합류했다. 담담하게 대표팀에 다녀온 소회를 전했다. 강한 메시지도 던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이정후는 대표팀과 함께 14일 오후 한국에 돌아왔다. 채 24시간도 지나지 않아 15일 아침에 고척스카이돔으로 출근했다. 홍원기 감독이 “나보다 빨리 왔더라”며 혀를 내두를 정도다. 묵묵히 훈련까지 소화했다. 이정후는 “힘든 것은 없다. 빨리 하고 싶었다. 내일부터 나간다”고 했다.

이번 WBC에서 이정후는 자신의 이름값을 톡톡히 알렸다. 4경기 모두 출전해 14타수 6안타, 타율 0.429, 5타점을 기록했다. 볼넷 2개에 삼진은 1개. 출루율 0.500, 장타율 0.571로 OPS가 1.071에 달한다. 대표팀 간판다운 활약을 뽐냈다.

특히 일본전에서는 메이저리그 최정상급 선발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적시타를 때렸고, 이어 올라온 이마나가 쇼타를 맞아서도 2루타를 때려냈다. 이번 대회 최강으로 꼽히는 일본을 만나서도 실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정후는 ‘그저 한 경기’라 했다. 그리고 실패라 했다.

이정후는 “쇼케이스라고 계속 그러더라. 아니다. 체코를 상대로 잘 치고, 중국전에서 잘했다고 기뻐할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강한 투수를 만나서 잘해야 했다. 일본전 한 경기 정도다. 그냥 한 경기다. 그나마 일본전에서 좋은 타구가 나왔다는 점은 작은 성과 같다”고 설명했다.

대한민국 세번째 타점 올린 이정후[포토]
WBC 대표팀 이정후가 10일 도쿄돔에서 열린 2023 WBC 예선 B조 일본과 경기에서 3회초 2사 2루에서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도쿄 | 강영조기자 kanjo@sportsseoul.com

일본의 실력도 인정했다. “처음 보는 공이었고, 강력한 공이었다. 타석에서 느꼈을 때 볼끝이나 공의 힘이 다르더라. 제구도 달랐다. 코너를 잘 이용했다. 너무 크게 졌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미래’를 말했다. 3년 후 다시 열릴 WBC가 아니라, 우리 실력을 키우는 것이 먼저라 했다. “WBC에서 설욕을 말할 것이 아니다. 각자 깨달은 것이 있다. 나도 그렇다. 실력을 더 올리는 것이 먼저다. 변명은 없다. 3년간 더 성장해야 한다. 일본을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야구를 위해서다”고 힘줘 말했다.

아울러 대표팀이 자주 모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은 국제대회를 매년 자주 연다. 대표팀이 자연스럽게 자주 모인다. 우리는 선수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KBO가 해줘야 하는 것 아니겠나. 소집되면 선수는 열심히 뛸 수 있다. 미리 경험을 해봐야 한다”고 했다.

이어 “도쿄돔에서 경기를 하는데 5만명 단위가 모인다.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다. 그 분위기에 밀린다. 젊은 선수들이 경험이 없으니 긴장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이 자주 모여서 국제대회를 해보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큰 대회에서 떨지 않는다. 경험이 미미하니 떨 수밖에 없다. KBO나 협회 차원에서 해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재차 강조했다.

일본은 야구 대표팀을 ‘사무라이 재팬’이라는 브랜드로 만들었다. 수시로 국제대회를 열고, 경험을 쌓게 한다. 단순히 일본프로야구가 강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도 따라갈 필요가 있다. 몸으로 느낀 선수가 직접 입을 열었다. 이제 ‘어른’들이 응답할 때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