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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학주의 수비 모습.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풍운아’ 이학주(33)의 자리가 마침내 정해질까. 삼성을 거쳐 롯데로 가서도 뭔가 어수선한 상황. 래리 서튼(53) 감독이 길을 직접 내기로 했다. 이학주가 부응하는 일만 남았다.

서튼 감독은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시범경기 삼성전에 앞서 “어느 팀이든 슈퍼 유틸리티가 있으면 좋다. 해당 선수의 가치도 올라가고, 팀에도 도움이 된다. 강팀으로 갈 수 있다. 이는 메이저리그도, KBO리그도 마찬가지다”고 말했다.

이야기의 주인공이 이학주다. 이학주는 메이저리그 문턱까지 갔던 특급 유격수 출신이다. 결정적인 순간 부상을 당하는 등 불운에 울었다. 시간이 흘러 결국 국내 복귀를 택했다. 2019년 삼성에 입단했다. 삼성이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쓰면서 데려온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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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학주.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오자마자 주전 유격수로 낙점됐다. 터줏대감 김상수를 밀어냈다. 리그를 지배할 것이라 했다. 그러나 118경기, 타율 0.262, 7홈런 36타점, OPS 0.701에 그쳤다. 실책은 무려 19개나 범했다. 공격에서는 평범한 감이 있고, 수비에서는 실망감이 컸다.

2020~2021년은 각각 64경기와 66경기 출전에 그쳤다. 타율도 0.228과 0.206. 완전히 자리를 잃은 모양새. 삼성도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지난해 1월 롯데로 보냈다. 투수 최하늘과 2023년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지명권을 받아왔다. 참고로 삼성이 이 지명권으로 뽑은 선수가 서현원이다.

유격수로 고민하던 롯데가 이학주를 품었고, 이학주도 다시 기회를 얻었다. 문제는 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2시즌 91경기, 타율 0.207, 3홈런 15타점, OPS 0.565가 전부다. 수비 실책도 12개나 됐다.

2022시즌 후 롯데가 눈길을 돌려 지갑을 열었다. NC에서 FA가 된 노진혁을 데려왔다. 4년 총액 50억원을 쐈다. 이 정도 돈을 들였으면 당연히 써야 한다. 포지션이 유격수다. 그렇게 이학주가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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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학주의 수비 모습. 사진제공 | 롯데 자이언츠

서튼 감독은 “노진혁은 유격수로 쓴다. 특수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다른 포지션으로 갈 수도 있다. 교체할 선수가 없을 수도 있고, 경기마다, 이닝마다 여러 상황이 나올 수 있다. 노진혁에게 물어보고 괜찮다고 하면 3루로 이동시킬 것이다”고 설명했다. 주전 유격수를 노진혁이라고 공언한 셈이다.

이어 “이학주가 2루와 3루까지 보게 되면 좋다. 팀의 전력 운영에 유연성이 생긴다. 유격수도 되는 선수 아닌가. 가치가 더 올라가게 된다. 세 포지션 모두 커버할 수 있다면 팀에 좋은 일이다. 이학주 외에 박승욱, 이호연 등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벤치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강조했다.

‘천재 유격수’의 굴욕이라면 굴욕이다. 그러나 보여준 것이 너무 없다. 올시즌 확실한 성적이 필요하다. 일단 유틸리티라 했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면서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면 언제든 자리를 잡을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슈퍼 유틸리티가 각광을 받는다. 거액의 계약도 따내고 있다. 이학주에게도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회라면 기회다. 지금은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할 때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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