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웅희기자] 팀의 운명을 어떻게든 짊어지고 가야하는 게 에이스의 숙명이다. 전주 KCC 허웅이 투지를 발휘하며 에이스의 품격을 보여줬다.

허웅은 지난 5일 서울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2023 SKT 에이닷 프로농구 서울 SK와의 6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에서 39분 53초를 뛰며 3점슛 2개 포함 21점을 기록했다. 팀은 비록 패했지만, 허웅은 정상적인 몸상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코트에서 쓰러지겠다는 정신으로 뛰었다.

2월초 발목을 심하게 다쳤던 허웅은 지난달 2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수원 KT와의 홈경기에 복귀했다. 두 달 가까이 코트를 비웠던 허웅이지만 복귀전에서 25분 11초를 뛰며 3점슛 3개 포함 13점을 넣었다. 하지만 6강 PO를 준비하던 지난달 29일 감기몸살에 걸렸다. 또 제대로 훈련을 하지 못했다. 그 여파가 1차전에 드러났다. 경기 전 훈련 때 슛이 모두 짧았더 허웅은 실전에 들어가서도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1차전의 부진은 허웅의 투쟁심을 깨웠다. 에이스의 자존심에 생채기가 났기 때문이다. 2차전에 이를 악물고 나온 허웅은 팀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2차전 2쿼터 점수 차가 벌어질 수 있었던 위기의 순간 연속 3점슛 2개를 꽂아 넣으며 30-30 동점을 만들었고, 42-45로 뒤지던 2쿼터 종료 55.3초 전에도 동점 3점포를 쏘아 올렸다. 2쿼터에만 12점을 넣으며 SK와의 힘겨루기 선봉에 섰다. 4쿼터 79-71로 쫓아오자, 과감한 돌파로 달아나는 득점도 만들었다. 중요한 연장 첫 득점도 허웅의 손에서 나왔다. 몸이 성치 않은 허웅이 투지를 불태우자, 동료들도 힘을 냈다. 하지만 연장에서 라건아가 파울아웃을 당했고, 살짝 절룩거리면서도 코트를 지키던 허웅의 슛도 림을 외면하며 반격에는 실패했다.

KCC 전창진 감독은 2차전을 앞두고 “허웅 본인 의지가 강해서 스타팅에 넣었다. 먼저 5~6분 정도 나가서 코트 적응해보고, 20~25분 정도 뛰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허웅의 의지를 꺾진 못했다. 전 감독도 선수 본인의 의지로 계속 뛰었다고 고마워했다. 벤치에서 교체하려 할 때 허웅이 손짓으로 거부하는 모습도 나왔다. 비록 팀은 패했지만, 에이스로서 책임을 다하고자 했던 허웅은 죽을 힘을 다해 뛰었다.. iaspir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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