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기자] 시즌 도중 은퇴 의사를 드러냈던 김연경은 개인보다 전체를 더 생각하고 있다.

흥국생명의 김연경은 지난 6일 한국도로공사와의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5차전서 패배한 후 “오늘도 많은 팬 분들께서 와주셨다. 이 분들께서 제가 더 뛰기를 바라는 것을 안다.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가족도 그렇고 기자 분들도 그렇고 원하시는 것 같다. 고민 중이다. 그런 점을 잘 생각해 종합해 결정하려고 한다”라며 “자유계약 신분이 된다. 흥국생명과도 이야기하고 있다. 가능성은 열려 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잘 결정하겠다”라고 말했다.

김연경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상에서 내려오고 싶다”라며 은퇴를 시사했다. V리그를 넘어 한국 스포츠를 대표하는 배구여제가 은퇴를 고려한다는 소식에 배구계는 우려에 빠졌다. 리그 인기에 큰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1988년생인 김연경이 은퇴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30대 중반이면 운동을 그만둘 수 있는 나이다. 하지만 김연경의 기량을 보면 은퇴라는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시즌 김연경은 정규리그에서 669득점을 기록하며 국내선수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도 맹활약했다. 1~5차전에서 총 120득점, 경기당 평균 24득점을 책임지며 맹활약했다.

김연경은 홀로 고군분투 했음에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흥국생명은 1~2차전을 모두 이기고도 내리 세 경기를 빼앗기며 준우승에 그쳤다. V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1~2차전을 잡고도 우승하지 못한 팀이 됐다.

김연경은 “우승을 하지 못해서 더 그런 것 같다”라며 현역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고 했다. 챔피언에 오르지 못한 만큼 다음시즌에는 정말로 정상을 찍은 후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을 완곡하게 표현한 셈이다.

마침 김연경은 이번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FA) 신분이 된다. 김연경은 2005~2006시즌 데뷔해 2008~2009시즌까지 총 네 시즌을 소화한 후 일본, 튀르키예, 중국 등 해외리그에서 뛰었다. 지난 2020~2021시즌 복귀해 한 시즌간 활약했고, 이번시즌까지 총 6시즌을 뛰며 FA 자격을 취득했다.

김연경이 다음시즌에도 V리그에서 뛰려면 9일 시작하는 FA 시장을 통해 새로운 계약을 맺어야 한다. 흥국생명과의 재계약이 될 수도 있고,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도 가능하다.

김연경은 “6시즌을 채우는 과정이 길었다. 만 35세에 6시즌을 채웠다. FA가 된 사실 자체가 신기하다. 무슨 감정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지고 난 직후라 그런가 무덤덤하다. 구단과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당연하지만 흥국생명은 김연경을 잡고 싶어 한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은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지만 김연경이 여기 남아 뛰기를 바라고 있다. 우리 팀에는 잠재력 있는 어린 선수들이 많다. 김연경이 있어야 그 선수들도 잘 키울 수 있다. 김연경은 키플레이어라 젊은 선수들과 함께 지도하고 싶다”라며 김연경과의 동행 의지를 숨기지 않았다.

김연경의 발언에 배구계는 반색하고 있다. 특히 한국배구연맹이나 중계방송사에서 화색이 돈다. 김연경이 은퇴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악재들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은퇴 대신 현역 연장을 고려하는 배경에도 이러한 주변 환경 분위기가 있다. 한국 배구를 생각하는 김연경의 책임감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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