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기자] “데이터를 유심히 살펴봤다. 그 쪽을 공략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았고 다행히 기대한 결과가 나오고 있다.”

투수와 타자의 대결은 체스와 같다. 강한 구위도 중요하지만 상대의 의도를 파악하고 약점을 공략하면 반드시 승리한다. LG 승리 아이콘 아담 플럿코(33)의 올시즌 피칭이 그렇다. 150㎞대 강속구를 던지지는 못하지만 정교함을 바탕으로 자신 만의 무기를 앞세워 승리한다.

플럿코는 지난 1일 잠실 롯데전에서 92개의 공을 던지며 7이닝 4안타 6탈삼진 0볼넷 무실점으로 완벽한 피칭을 했다. LG는 플럿코의 호투를 앞세워 6-1로 승리했고 플럿코는 시즌 8승째를 거뒀다. 다승 부문 공동 1위. 그리고 올시즌 무패. 지난해 8월 28일 잠실 키움전부터 11연승을 달리고 있다.

KBO리그 1년차였던 작년과 비슷하면서 다르다. 높은 회전수로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난 포심 패스트볼. 그리고 정교한 코너워크는 흡사하다. 하지만 볼배합은 다소 다르다. 결정구처럼 사용해온 커브의 비중을 줄였다. 대신 컷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였다.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포심을 구사하곤 했는데 올시즌에는 컷패스트볼도 던진다. 상대 타자가 포심을 생각하고 휘두르면 꺾이는 컷패스트볼이 들어와 범타가 된다. 헛스윙이나 빗맞은 타구를 꾸준히 양산하며 극강의 효율성을 얻었다. 올시즌 지난해보다 더 많은 이닝(2022년 평균 5.8이닝·2023년 평균 6.1이닝). 더 적은 투구수(2022년 이닝당 15.9개, 2023년 이닝당 15.6개)를 기록한 비결이다.

그냥 나온 결과는 아니다. 늘 그랬듯 자신의 투구를 연구했고 주위와 상의하며 새로운 답을 찾았다. 플럿코는 1일 경기를 마친 후 KBO리그에서 거의 없는 스트라이크존 상단 컷패스트볼 구사에 대해 “데이터를 유심히 살펴봤다. 존마다 피안타율을 봤다. 상단에 커터를 던진다면, 그 쪽을 공략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았다. 다행히 기대했던 결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나는 정우영 같은 투수가 아니다. 정우영은 그냥 던져서 존에만 들어가도 타자들이 무서워 한다. 나는 반대로 가야 한다. 타자마다 분석을 하고 타자의 약점을 공략해야 한다. 올시즌 좌타자를 상대로 세운 전략은 높은 커터다. 확신이 있었고 그래서 꾸준히 높은 쪽에 커터를 던지고 있다”고 밝혔다.

커브의 비중을 낮춘 부분도 설명했다. 플럿코는 “올시즌은 커브가 작년처럼 좋지 않다. 그래서 슬라이더와 커터를 더 신경써서 훈련하면서 던지고 있다. 이 부분에 있어 김경태 코치, 김광삼 코치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고 주위의 고마움을 표시했다.

최신 유행 구종인 스위퍼 또한 연마 중이다. 작년보다 횡적 움직임이 큰 슬라이더에 대해 플럿코는 “작년 6월초였다. 슬라이더가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불펜피칭을 할 때 슬라이더만 집중적으로 던졌다. 그러다보니 지금과 같은 움직임의 공이 나왔다. 이제는 슬라이더에 횡적인 움직임도 넣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늘 연구하고 준비한다. 그리고 늘 겸손하다. 플럿코는 “와이프와 한국 생활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나는 한국에 오기 전 커리어가 위험했던 선발투수였다. 그런데 작년에 한국에 왔고 이렇게 좋은 팀에서 뛰면서 많은 분들의 응원을 받고 있다”며 “내가 늘 승리하는 것은 정말 좋은 팀에서 뛰기 때문이다. LG 구단과 코칭스태프, 동료들, 그리고 팬들에게 늘 감사하다.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마운드에 오르고 있다”고 미소지었다.

마지막으로 플럿코는 궁극적 목표에 대한 질문에 “한국시리즈 우승이다. 내가 선발승을 올리는 것도 결국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일”이라며 “1994년 이후 우승을 하지 못했다. 우리 LG 팬분들도 이제는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느낄 자격이 있다. 꼭 우승을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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