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삼진 많이 잡으면 좋죠. 중요한 건 따로 있어요.”

키움 ‘에이스’ 안우진(24)이 재차 진화했다. 더 좋아질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이게 또 된다. ‘닥터K’답게 올해도 탈삼진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다른 쪽에 있단다. 볼넷이다.

안우진은 올시즌 14경기 89.1이닝, 5승 4패 107탈삼진, 평균자책점 1.61을 찍고 있다. 리그 평균자책점 1위, 탈삼진 1위다.

시속 160㎞에 육박하는 강속구가 여전하다. 슬라이더-커브-체인지업을 섞으며 상대 타선을 압도하고 있다. 이렇게 던지는데 5승에 그치고 있는 것이 의아할 정도다.

역시나 돋보이는 쪽은 탈삼진이다. 탈삼진의 경우 안우진을 제외하면 100탈삼진 투수도 없다. 9이닝당 탈삼진으로 보면 10.78개다. NC의 에릭 페디가 11.07개로 1위고, 안우진이 2위다.

지난해 224탈삼진을 뽑으며 역대 토종 투수 단일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썼다. 아리엘 미란다(225개)에 이어 역대 2위다. 작년 9이닝당 탈삼진 수치가 10.29개였다. 올해 더 많이 뽑고 있다. 더 뻗어나갈 길을 찾은 셈이다.

방법은 다른 쪽에 있었다. 볼넷이다. ‘덜 주면 좋은 투구가 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올시즌 안우진의 볼넷은 20개에 불과하다. 9이닝당 볼넷은 2.01개. 데뷔 후 가장 적다. 지난해 2.53개로 개인 최소였는데, 올해는 더 적다.

의외로 탈삼진에 집착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도 많다. 지난 22일 대구 삼성전에서는 7회까지 탈삼진이 단 1개였다. 8회 2개를 추가하면서 총 3개가 됐으나, 8이닝 3탈삼진으로 봐도 안우진의 이전 기록과 비교하면 적은 수치다. 7~8개는 기본으로 ‘깔고’ 갔다. 두 자릿수 탈삼진도 자주 나온다.

이에 대해 안우진은 “상대가 적극적으로 치더라. 볼카운트가 몰리면 불리하니까, 초반에 배트를 내라는 주문이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자연스럽게 투구수 절약이 됐고, 8회까지 갔다. 탈삼진이 적은 것은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볼넷 이야기를 했다. “올시즌 볼넷을 좀 덜 주는 것 같다. 볼넷을 주면 가장 아쉽다. 삼진을 더 잡는 것보다, 볼넷을 덜 주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주자를 덜 보내면 그만큼 실점을 줄일 수 있다. 전체적인 기록도 더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입단 당시부터 ‘역대급 재능’이라 했고, 매 시즌 발전하고 있다. 데뷔부터 지금까지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는 ‘스트라이크’다. 제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볼넷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안우진은 “신인 때는 피하면 안 되니까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진다는 생각이었다. 2년차, 3년차 때는 중간투수, 셋업맨을 하면서 공을 정확히 던져야 했고, 공 하나의 소중함을 알았다. 제구가 중요하다는 생각도 동시에 했다”고 짚었다.

이어 “2021년에는 꼭 강하게 던지지 않아도, 정확히 던지면 좋은 타구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배웠다. 2022년에는 추가로 볼넷을 많이 줄이면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 올해는 작년보다 모든 부분에서 좋아지고 싶었고, 노력하고 있다. 괜찮은 것 같다”고 강조했다.

개인적으로 10승이 목표이기는 하다. 그러나 투수의 승리는 자신이 정할 수 없다. 안우진은 “10승도 좋고, 탈삼진도 좋다. 그러나 팀이 이겨야 한다. 그게 내 목표다. 내가 길게 던지면 불펜도 쉴 수 있다. 그게 더 좋다”며 웃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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