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어쩌다 마주친, 그대’로 지상파 첫 주연작

고문 피해자 연기 위해 15Kg 감량, 물고문신찍다 과호흡 오기도

목표는 할리우드 진출, 게리 올드만과 함께 연기하는 게 꿈

[스포츠서울 | 김현덕기자]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9년, 우연히 배우 이병헌 주연 KBS2 드라마 ‘아이리스’를 본 소년의 마음에는 배우라는 꿈이 생겼다.

이병헌이 총구를 겨누는 장면에서 “이거다”라는 마음이 들며 모든 직업을 해볼 수 있는 배우의 매력을 느꼈다.

부모님은 아들이 조종사가 되길 원했지만 꿈을 꺾을 수 없었다. 어린 나이에도 연기의 꿈을 품고 오롯이 한 우물을 판 신인 배우 이원정의 이야기다.

이원정은 지난 달 20일 종영한 KBS2 드라마 ‘어쩌다 마주친, 그대’(이하 ‘어그대’)을 통해 지상파 첫 주연 신고식을 치렀다.

과거 연쇄살인 사건의 진실을 찾아 나선 두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다룬 이 드라마에서 이원정은 1987년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로 지목돼 고문을 받다 후유증을 앓는 음악소년 백희섭을 연기했다.

이원정은 신인답지 않은 폭넓은 감정연기와 5·18민주화운동 피해자로서 느끼는 처절함을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지난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원정은 “더 이상 희섭이를 연기할 수 없다는 게 시원섭섭하다. 지상파 첫 주연 작품이라 부담감이 없었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신나면서도 책임감, 부담감이 컸다”고 말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나 한미 이중국적을 보유한 이원정은 희섭 연기를 위해 역사공부에 공을 들였다.

영화 ‘택시운전사’, ‘화려한 휴가’처럼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공부했다. 5·18 관련 박물관을 찾아가기도 했다. 교포 출신으로 익숙하지 않은 전라도 사투리를 배우기 위해 친구들과 전라도 일대를 다니며 현지 주민들의 사투리를 녹음해 듣고 또 들으며 사투리를 익혔다

“전라도 여행 중 만난 할머니의 허락을 받고 대화를 녹음했어요. 그걸 잘 때까지 켜놓고 들으며 희섭이 되려고 노력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고문신이다. 고문후유증으로 고통받는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무려 15㎏을 감량했다.

“원래 작품을 위해 10㎏을 감량했어요. 하지만 희섭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싶어 발열크림을 바르고 사우나에 들어가 수분을 빼는 방법으로 5㎏을 추가 감량했죠.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위험한 방법이었어요.”

방송에서는 편집됐지만 물고문신을 촬영한 뒤에는 과호흡 증세가 오기도 했다. 결국 고문신 촬영 뒤 PD와 스태프들에게 박수를 받았다. 이원정은 “배우로서 인정받았다는 기분이 들어 정말 행복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평소 이병헌, 김동욱을 연기 롤모델로 삼았던 이원정은 이 작품에서 김동욱과 처음으로 연기호흡을 펼쳤다.

이원정은 “‘어그대’를 촬영하며 김동욱 선배에게 홀딱 반했다. 최고의 유죄인간이다. 어떻게 그리 달콤한지 모르겠다”며 “촬영내내 ‘희섭아’라고 부르다가 종방연 때 처음으로 ‘원정아’라고 내이름을 불러줬다. 나는 선배가 내 이름을 잊은 줄 알았는데 ‘어떻게 네 이름을 잊겠니. 원정아’라고 하셨을 때 설렜다. 정말 많은 걸 배웠다”고 덕심을 드러냈다.

이원정은 꾸준히 노력하는 배우다. 그는 바쁜 일정 가운데서도 하루에 최소 10분 이상 독서를 위해 책을 가까이 두고 다양한 언어 공부를 이어가고 있다. 평소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사람들을 관찰한 걸 연기에 활용하기도 한다.

20대 남자배우 기근 속 기대주로 떠오른 이원정의 차기작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라키’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 ‘우연일까?’ 출연도 앞두고 있다. 아직은 ‘연기미생’에 불과하지만 언젠가 할리우드 대스타 게리올드만과 함께 연기하는 꿈을 꾸고 있다.

“지금은 작품을 하며 열심히 배우는 시기라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많은 분을 만나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해요.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 활동하고 싶은데 게리 올드만과 함께 연기하는 게 목표입니다. 제 무기를 잘 다듬어서 언젠가 그 꿈을 이루겠습니다.”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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