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홈쇼핑 2019년 대비 매출 약 2000억원↓, 장·단기적 성장 방안 모색해야
[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다양한 콘텐츠의 등장으로 TV 시청률마저 떨어지며, 여파가 홈쇼핑 업계까지 악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롯데홈쇼핑의 경우 TV 시청률 감소에 ‘엎친 데 덮친 격’ 방송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6개월 징계로 새벽방송을 정지해야 했다. 해당 기간 고객들이 대거 이탈하며 매출 손실을 본 롯데홈쇼핑이 실적 개선에 나섰지만,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 롯데홈쇼핑이 이 와중에 들고나온 캐릭터 사업이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것 아니냐는 비판마저 제기된다.
롯데홈쇼핑은 소비 침체와 물가 상승 등의 악재로 올 2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산업 구조적인 요인과 방송법 위반 제재에 따른 새벽방송 중단 등으로 매출(2310억원·15.2%↓)과 영업이익(20억원·92.8%↓)이 동반 하락했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2014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채널 재승인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임직원들의 범죄 행위를 고의로 빠뜨려 3년 재승인을 받았다. 결국 허위 보고는 2016년 감사원의 감사로 드러났고, 정부는 롯데홈쇼핑에 영업정지 6개월 처분을 내렸다.
롯데홈쇼핑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1∼3심 모두 패했다. 지난 2월부터 6개월간 새벽방송 중단 처분이 집행됐다. 이 기간에 롯데홈쇼핑은 상당한 매출 손실을 봐야 했다.
올 8월부로 부담이었던 새벽 방송 송출 제한이 해제됐지만 홈쇼핑 사업이 사양산업인 만큼 실적 악화를 면할 수 없었다. 또 롯데홈쇼핑은 강남 지역 케이블 방송사와 수수료 갈등에 송출 중단까지 결정하며 상황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이처럼 사면초가에 놓인 롯데홈쇼핑은 돌파구로 새로운 히든카드를 꺼내 들었다. 롯데홈쇼핑은 실적 구원투수로 본질인 TV로 상품을 판매해 개선하는 것이 아닌 캐릭터 ‘벨리곰’을 출격시켰다.
롯데홈쇼핑이 내보낸 벨리곰은 롯데홈쇼핑 자사 내 MZ세대 직원들을 상대로 시행한 사내벤처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졌다. 귀신의 집 태생이라는 설정으로 유튜브에서 ‘깜짝 카메라’ 영상을 통해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벨리곰이 크게 흥행하자 롯데홈쇼핑은 파리바게뜨, 현대백화점, 아모레퍼시픽 등 경쟁 유통사와 협업하며 매출몰이 나섰다. 본격 벨리곰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홈쇼핑은 벨리곰 굿즈 누적 매출액이 약 50억원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롯데홈쇼핑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벨리곰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라이선싱 엑스포 2023’에 한국 대표 캐릭터로 참가하며 몸값 올리기에 성공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벨리곰 시장 평가 가치는 현재 약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굿즈를 비롯해 서브 캐릭터 출시, 애니메이션·웹툰 제작 등 IP 활용처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며 “벨리곰 세계관, 콘텐츠를 계속 강화하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이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면서 캐릭터로 신사업 매출을 가속화 중인 가운데, 본질인 방송 판매 실적 개선은 잊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 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홈쇼핑 사들의 방송 매출액은 2조9000억원으로 2019년 대비 약 2000억원 가량 하락했다.
TV홈쇼핑은 이제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위기에 처했다. 최근 쿠팡, SSG닷컴과 같이 이커머스 플랫폼이 일상화되면서 TV홈쇼핑의 지지부진한 흐름은 장기화되고 있다.
이에 롯데홈쇼핑도 적극적으로 방송 재승인을 신청하며 매출 회복에 나섰다. 하지만 롯데홈쇼핑은 임직원 급여를 부풀려 차액으로 돌려받아 비자금을 만들어 업무상 횡령을 한 행위, 압수 수색 당시 비서에게 개인 컴퓨터 안에 저장된 일정 및 업무 관련 파일을 지우도록 지시한 행위, 전·현직 임원 10명이 납품 업체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 범죄 행위를 숨겨 방송 재승인을 신청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경영을 실천해야 할 기업이 범죄 행위를 숨기고 재승인을 신청한 것은 올바르지 않다며, 이 같은 행적을 숨기고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절대로 실적 개선을 위한 타개책이 될 수 없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어려운 방송환경 속에서 홈쇼핑 나름의 타개책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캐릭터 사업으로 매출을 방어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지만, 장·단기적 성장을 위해 홈쇼핑 정체성을 잃어가서는 안될 것”고 지적했다.
올해 롯데홈쇼핑의 각 분기별 영업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87%, 92.8%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롯데홈쇼핑이 캐릭터 사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지만, 본연의 정체성으로 실적을 개선 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임에는 변함이 없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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