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영화 ‘1947 보스톤’의 주역들은 비장했다. 얼굴 근육을 쉽게 풀지 못했다. 마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가 된 것처럼 굳은 결의가 엿보였다. 숨만 쉬어도 웃긴다는 배우 하정우조차도 이날만큼은 미소를 아꼈다. 31일 오전 11시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1947 보스톤’ 제작보고회의 풍경이었다.

◇누구나 조금은 알지만, 내막은 모르는 보스 신화

영화는 1946년 해방 직후 전설의 마라토너 손기정(하정우 분)과 신예 마라토너 서윤복(임시완 분)이 국가나 단체의 도움을 받지 못한 채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올림픽 대회에 출전하는 과정을 그렸다. 나라를 잃은 채 살다 갑자기 조국이 생겨 혼란한 시기, 원대한 꿈을 안고 트랙을 누빈 전설의 마라톤 국가대표 이야기를 실화와 고증을 바탕으로 스크린에 담았다.

강제규 감독은 “이 시나리오를 처음 접하고, 연출할 때 느꼈던 감정이 있다. 1947년과 현재를 비교할 수밖에 없다. 당시는 정말 혼란스럽고 불안하고 빈곤했다. 배고픔이 선수들의 적”이라며 “그럼에도 큰 꿈을 펼치고자 했던 마라토너의 도전과 열정, 희생을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일장기를 달고 금메달을 차지한 뒤 월계수로 일장기를 가려 일제로부터 핍박을 받았던 마라톤 영웅 손기정은 하정우가 연기한다. 이후 손기정은 서윤복을 발굴하고 마라톤 국가대표 감독 자리에 오른다. 하정우는 놀라운 싱크로율로 우직하고 강인한 손기정을 그려냈다는 후문이다.

하정우는 “드라마의 힘이 정말 컸다. 이 시나리오를 접하기 전에 손기정 선생님에 대한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었지만, 그 안의 상황은 정확히 몰랐다. 그 내용이 영화에 있다”며 “시나리오에 울림이 있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고 말했다.

어릴 적부터 제2의 손기정을 꿈꾸며 달리기 선수가 된 서윤복은 임시완이 연기한다. 임시완은 이 작품을 계기로 ‘런닝 크루’에 가입해 일상에서도 달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임시완은 “손기정을 생각하면서 꿈을 꿨고, 재능도 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도전을 멈칫한 인물”이라며 “실제 국가대표에 비할 바는 못하겠지만, 국가를 대표해서 작업하고 있다는 걸 잊지 않으면서 임했다”고 비장함을 드러냈다.

◇늦춰지고 미뤄진 개봉 ‘오히려 좋아’

‘1947 보스톤’은 2020년 1월 말에 촬영을 마쳤지만 그해 전세계를 덮친 팬데믹으로 개봉이 미뤄졌다. 결국 3년 뒤인 올해 추석이 돼서야 개봉을 결정했다.

강 감독은 “코로나19로 인해 개봉시기를 불가피하게 미뤘다. 여러 사건이 있었고 계속 미뤄졌다. 감독으로선 혹독하고 힘든 시기”라며 “후반작업 당시 스태프들의 좋은 아이디어를 반영하면서 수정을 이어왔다. 실질적으로 최종본이 나온 건 2주 전이다. 마지막까지 좋은 영화를 만들었다”고 마무리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