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장강훈기자] “아~!”

5일 오후 6시55분. 잠실구장 전광판에 우천 취소 사인이 뜨자 1, 3루 관중석에서 장탄식이 흘러나왔다. 오후 5시40분부터 쏟아지기 시작한 비가 잦아들 기미가 없자 경기운영위원회와 심판위원회가 숙고 끝에 취소를 결정했다.

8연승 중인 KIA와 5강 싸움을 이어야 하는 두산 모두 중요한 일전. 거두나 이날부터 10일까지 엿새간 7경기를 치러야 하는 강행군이어서 선수들의 체력 안배가 화두로 떠오른 터였다. 일찌감치 구장에 도착한 팬들은 비가 내리기 시작할 때까지도 취소 걱정은 하지 않았다. 구름이 딱 잠실야구장 하늘만 덮고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후 6시 20분을 전후해 1루측 관중석 뒤에서 햇살이 스며들기까지 했다. 좌측 폴 뒤쪽 관중석에 황금빛 물결이 드리우는 등 금세 비가 그칠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잦아드는 듯하던 비는 다시 거세졌고, 그라운드 정비를 준비하던 시설팀 직원들도 고개를 흔들었다. 취소 결정을 내린 직후 두산 선수단이 더그아웃 앞으로 걸어나와 도열해 빗속에서도 기다린 팬에게 인사했다.

이날 선발투수인 최원준이 양석환을 붙잡더니 운동화를 강제로 벗겼다. ‘캡틴’ 허경민이 그 옆에서 스파이크를 벗었고, 정수빈도 양말차림으로 그라운드에 섰다. 이른바 ‘우취 세리머니’를 준비하는 모양새. 관중들에게 최소한의 즐거움을 주기 위해 베테랑 삼총사가 희생(?)을 감수했다.

그라운드를 한 바퀴 돈 뒤 홈에서 슬라이딩하는 세리머니가 끝난 뒤 3루쪽 관중석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KIA 선수단도 끝까지 남아 경기 시작을 기다린 팬에게 인사하려 그라운드에 나왔다.

관중들이 아쉬운 발걸음으로 하나둘 구장을 빠져나간 뒤에도 비는 이어졌다. 그라운드 정비에 한 시간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시즌 일정은 늘어나지만 현명한 판단이었다.

이날 비는 어느팀 편일까. 결과는 하늘만 알고 있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