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믿었던 회장, 강제 입맞춤 예상하지 못했다.”

여자월드컵 우승 직후 시상식에서 자국 축구협회장의 ‘강제 입맞춤’ 논란에 휘말렸던 스페인 여자 축구국가대표 헤니페르 에르모소(33)의 진술 중 일부가 공개됐다.

10일(한국시간) 스페인 방송 ‘텔레싱코’는 스페인 검찰이 지난달 8일 루이스 루비알레스 전 스페인축구협회장을 성추행으로 기소한 뒤 에르모소로부터 받은 진술 내용을 단독 입수해 내보냈다.

에르모소가 고소한 지 이틀이 지나 스페인 검찰은 루비알레스 회장은 기소한 적이 있다. ‘텔레싱코’는 에르모소가 검찰 측과 만나 진술할 때 녹음한 내용을 언급한 것인데, 그는 “월드컵 메달을 수여되는 무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몰랐다. 스페인축구협회 직원 누구도 나를 보호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의 ‘키스 게이트’ 사건은 그야말로 일파만파 커졌다. 스페인은 지난 8월20일 호주·뉴질랜드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누르고 사상 첫 우승을 달성했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시상자로 나섰는데 에르모소의 얼굴을 부여잡고 입을 맞췄다. 에르모소는 직후 소셜미디어 라이브 방송을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기습적인 입맞춤을 묻는 말에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태는 심각해졌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물론 유엔(UN) 관계자도 공식 성명을 통해 루비알레스 회장의 행동을 문제삼았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애초 사과 뉘앙스를 풍겼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에서 조사에 나선 뒤 태도를 바꿨다.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다면서 ‘법적 대응’까지 시사했다.

결국 FIFA가 사건 조사에 나섰는데, 루비알레스 회장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적반하장격으로 스페인축구협회를 통해 “키스에 동의한 적이 없다”고 한 에르모소의 발언이 거짓이라는 증거가 있다면서 ‘법적 맞불’로 대응할 뜻을 품었다. 이후 FIFA 징계위는 규정 51조를 토대로 루비알레스 회장에게 90일간 축구에 관한 어떠한 활동도 금지하는 징계 조처를 확정했다.

사퇴 압력에도 버티던 루비알레스 회장은 결국 회장직을 내려놓았다. 그럼에도 그는 재판을 받아야할 처지다.

에르모소는 “(월드컵 시상 당시) 난 감격과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루비알레스 회장이 그렇게 할 이유는 없었다”며 “역사적인 순간이었으나 그런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내가 믿었던 사람이었는데 그렇게 할 것으로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난 그의 행동을 용서한 기억이 없다. 늘 선수로, 사람으로 존중받는다고 믿었다”며 루비알레스의 행동을 꼬집었다.

무엇보다 그는 사건이 번진 뒤 루비알레스 회장과 스페인축구협회 모두 자신에게 입맞춤은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압력을 가한 것을 언급했다. 그는 “내 이미지가 크게 훼손됐음에도 아무도 나를 보호하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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