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형이고 동생이고 없다.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면 스톱워치에 달려들어야 한다. 스톱워치를 2번 돌려 소수점 자리를 곱한다. 0점부터 81점까지 가장 적은 숫자를 낸 사람이 돈을 내야 한다. 김기방과 이광수, 김우빈, 도경수가 지출하는 방식이다. 막내 도경수가 가장 돈을 많이 내는 기현상이 이들에겐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나영석 PD의 새 예능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난다’(이하 ‘콩콩팥팥’)은 네 사람의 민낯을 자연스럽게 드러낸다. 평소 그들끼리 있을 때만 하는 농담이 쏟아지며, 피아 구분 없이 놀림감이 생기면 적극적으로 달려드는 모습이 그렇다.

‘삼시세끼’처럼 농사를 짓는다는 소재를 그대로 가져온 것 같지만,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삼시세끼’가 고급 호텔이었다면, ‘콩콩팥팥’은 민박집이라고 해야 할까. ‘삼시세끼’가 촬영부터 조명, 편집, 섭외까지 공을 들인 게 엿보인다면, ‘콩콩팥팥’은 네 사람과 논밭 외에는 제작진이 준비한 게 없다. 심지어 자막마저 크게 고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쓴다. 요즘 나영석 PD가 주력하는 웹예능의 형태다.

새로운 게스트를 모시고 농가 전반을 아름답게 그리며, 밥해 먹는 과정을 깊게 다룬 ‘삼시세끼’와 달리 ‘콩콩팥팥’은 농사일에 전념하는 네 사람을 조명한다. 단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농사일을 이리저리 공부하고 배워가며 해나가는 과정은 마치 모바일 농사 게임을 하는 듯하다. 하나둘 일을 해가며 성장하는 모습은 왜인지 모를 뿌듯함이 전달된다.

제작진 인력은 총 네 명, 작은 카메라 네 대로 네 사람을 담아낸다. 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초근접 클로즈업이 나오기도 하고, 조명이 없어 어둠이 찾아오면 컴컴한 배경이 그대로 노출된다. 다른 예능이라면 편집됐을 저퀄리티 장면이지만, ‘콩콩팥팥’엔 대체제가 없다. 다큐멘터리와 웹예능의 묘한 지점에서 ‘콩콩팥팥’을 만들고 있다. 위화감을 주지 않는 제작진 덕에 네 사람은 동네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뒤죽박죽 정신없던 네 사람이 어느덧 농사일이 손에 익으면서 그럴듯하게 밭을 일궈가는 장면은 꽤 흥미를 일으킨다. ‘런닝맨’에서 하던 것처럼 끊임없이 모략을 일으키는 ‘똥손’ 이광수가 숱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작은 방울뱀을 발견한 것만으로 태산이 무너진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모습이나, 김기방의 지적에 “시즌2에 네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호언장담하는 모습이 그렇다. 동료 세 사람을 비롯해 제작진은 물론 동네 어르신들까지 난사하는 이광수는 폼은 6각형을 꽉 채운다.

의외의 얼굴은 김우빈과 도경수다. 김우빈은 이광수의 놀림에 지지 않을 뿐 아니라 곳곳에서 이광수를 몰아세우기도 한다. 솔직하고 센스있는 표현으로 분위기를 돋운다. 마치 국어 선생님처럼 바른 생활 청년일 것 같은 그가 이광수와 만나니 색다른 재미를 만든다. 영화 속에서나 봤을 장난기를 ‘콩콩팥팥’에선 자주 볼 수 있다.

귀여운 막내 도경수는 제일 바쁘다. 어떻게 하면 농사일을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계속 발명품을 만든다. 일을 쉽게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노력하는 그를 이광수는 계속 놀려대고, 김우빈은 한없이 사랑스러워한다. 이광수의 끊임없는 놀림에 지친 듯, 맞받아치는 모습도 나오는데 점차 웃음의 지분도 가져갈 것으로 엿보인다.

천생 농사꾼인 김기방은 위기를 이겨낸다. 고장 난 농기계를 고치는가 하면, 전문가나 할 법한 원으로 밭을 가는 일을 뚝딱해낸다. 가끔 억지 텐션을 부려 이광수에게 제재들 당하긴 하지만, 적절히 동생들과 잘 어울린다.

첫 주 농사일을 마친 네 사람은 서울에 비가 쏟아지자 걱정되는 마음에 인제를 찾았다. 기껏 일군 밭이 망가졌을까 걱정하던 차에 도착한 곳에 새싹들이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보자 발을 동동 구르며 기뻐했다. 마치 자식을 키우는 심정으로 임하는 네 사람의 진심이 웃음과 함께 감동으로도 다가왔다. 이제 겨우 첫 삽을 뜬 ‘콩콩팥팥’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겨우 초반부지만 장수 프로그램의 내음이 밀려온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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