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방송인 송은이는 국내 연예계에서 입지전적인 인물로 꼽힌다. 그 시작점은 예능계에서 여성 예능인이 설 자리가 없었던 2015년이다. 팟캐스트 ‘송은이 김숙의 비밀보장’으로 시작해 숱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팟캐스트, 유튜브, 지상파 예능, 음반, 아이돌 등 성역이 없었다.

장항준 감독과 유튜브 방송 ‘씨네 마운틴’을 제작하는 등 영화에 대한 애정과 열정이 컸던 그는 급기야 단편 영화제작까지 손을 뻗쳤다. 원래는 15분 내외의 러닝타임이었는데, 작품의 본질을 고민하던 장 감독이 이야기를 늘리면서 71분의 ‘오픈 더 도어’가 탄생했다.

장항준 감독과 송은이 대표는 25일 서울 마포구 소재의 콘텐츠랩 비보 사옥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진행했다. 1991년부터 우정을 쌓아온 두 사람이 제작자와 감독으로 만나 의미있는 영화를 만든 것은 영화계에 유례없는 사례기도 하다.

송 대표는 “첫 제작하는 감독님이 장항준 감독이다. 일단은 이 영화가 완주할 수 있게 도와줘야겠다는 마음으로 출발했다. 예능에서는 장감독님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실제로 장감독님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작업도 유쾌했다”고 말했다.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한 ‘오픈 더 도어’, 존경하는 장항준과 작업 좋았다”

성역 없이 다양한 분야에서 제작을 해왔다고 하지만, 영화 제작은 기존 방송과 공식이 다르다. 쉽지 않은 도전이고, 특히 팬데믹 시국에 이러한 도전을 했다는 것 자체가 용기있는 행동이다. 놀라운 결정이지만 송 대표는 담담했다.

“비보에 영화 관련 잔뼈가 굵은 분도 있고, 장 감독을 신뢰했어요. 콘텐츠의 본질에 집중해 영화를 만들고 싶었죠. ‘뭘 몰랐다’고도 볼 수 있어요. 장 감독이 세트를 짓자고 해서, ‘초보라고 사기 치나?’라는 생각도 했죠. 결과물을 보고 나니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71분의 영화가 탄생한 건, 영화의 밀도 차원에서 딱 맞는 것 같아요. 러닝타임이 더 길면 늘어졌을 것 같아요.”

송 대표가 영화 영역에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장 감독에 대한 존중과 존경 덕분이다. 평소 대화를 많이 하는 두 사람은 예능 밖 서로의 실제 모습을 잘 알고 있다.

“장 감독이 예능에서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였다면 아마 고민했을 것 같아요. 장 감독은 사석에서 좋은 영화에 대한 고민을 정말 많이 해요. 그게 장감독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이유죠.”

각종 예능은 물론 아이돌과 음반을 제작한 송 대표지만 영화는 생소한 환경이다. 그는 이번 제작을 통해 여타 콘텐츠와 영화 제작의 차이를 확실히 알게 됐다.

“예능은 PD의 예술이라고 하기엔 각자 반짝이는 부분이 있어요.영화는 감독의 역할이 중요하죠. 좋은 마인드로 현장을 이끌었을 때 좋은 결과물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장항준 감독 역시 주관이 분명했고, 현장을 훈훈하게 풀었어요. 덕분에 좋은 영화가 탄생했죠.”

◇“마음이 맞는 창작자 있다면, 도전 멈출 이유 없어”

‘오픈 더 도어’는 상영시간이 71분이다. 단편보단 먼, 장편보다는 가까운 애매한 길이다. 약 20분 정도 추가해서 장편의 형태를 갖추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었을 텐데, 흔치 않은 결정을 내렸다.

“회차가 길어져 제작비가 늘어난 것도 하나의 고민 거리였어요. 더불어 콘텐츠의 밀도감을 살리기 위해 무엇이 더 좋은가를 생각했죠. 형태를 갖추면 지루하다는 느낌을 줄 수 있고 실제 그런 작품이 주변에 많잖아요. 영화를 밀도있고 재미있게 감상하는게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71분이 적합하다 판단했죠.”

한국영화계가 최악의 불황을 겪는 가운데 이선균의 마약사건이라는 부정적인 사건까지 터지면서 모든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썩 좋지 않은 시기에 개봉하게 된 것이다. 송 대표 역시 걱정이 없지 않을 테지만, 담담하게 한 걸음씩 내딛으려고 했다.

“영화계가 어렵다고 하죠.이런 시절일수록 더 좋은 이야기와 웰메이드에 집중하다보면, 관객들의 마음을 울리는 첫 시작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의 본질과 이야기에 집중하는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자부심이 큽니다.”

이 영화의 공동제작을 맡은 BA엔터테인먼트의 장원석 대표는 송 대표가 영화 제작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만큼 열정과 애정이 뜨거웠기 때문이다.

“확실히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에요. 감독이 어떻게 현장을 조율하냐에 따라 결과물이 달라지곤 하죠. 기성 감독이든 신인 감독이든 영화를 깊이 있게 준비하고, 써낸 시나리오의 결과 메시지가 제 철학과 맞닿는다면 안 할 이유가 없습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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