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이럴 일인가’ 싶다. 한 달 사이에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 어디부터 손을 대야 하는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상처가 너무 커 보인다. SSG 이야기다.

SSG는 지난달 25일 2023시즌을 마쳤다. 정규시즌 막판 힘을 내면서 3위로 마쳤으나 준플레이오프에서 NC를 만나 3전 3패로 물러나고 말았다. ‘디펜딩 챔피언’의 허무한 패퇴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려운 법이다. 다시 정상에 서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정규시즌 3위면 나쁘지 않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2024년을 대비하면 될 일이었다.

그런데 묘한 파열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윗선에서 분노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준플레이오프 탈락 이후 모든 구단 업무가 ‘스톱’됐다.

그리고 10월31일 ‘혼돈’이 시작됐다. 김원형 감독과 계약을 전격 해지했다. 2022시즌 통합우승을 이끈 사령탑이다. 정규시즌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었다.

누구도 하지 못한 일을 해냈다. 3년 재계약까지 안겼다. 1년차 시즌을 마친 후 물러나게 됐다. 김원형 감독은 “내가 부족했다”며 담담히 떠났다.

자연히 코칭스태프도 변동이 생겼다. 하루 뒤인 지난 1일 1군 채병용 투수코치, 손지환 수비코치, 곽현희 트레이닝코치, 퓨처스팀 박주언 투수코치, 류재준 컨디셔닝코치와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

앞서 김민재 코치는 롯데 수석코치로 떠났고, 정상호 코치 또한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조웅천 코치도 두산으로 향했다. 이진영 코치는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팀의 주축을 이루던 지도자들이 대거 떠났다.

다시 하루가 지난 2일에는 손시헌 퓨처스 감독 영입을 발표했다. 여기도 논란이 일었다. 손시헌 감독이 NC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서 연수중이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잘 정리됐고, 손시헌 감독은 가고시마 마무리캠프 지휘까지 마쳤다. 그러나 김원형 감독 경질과 손시헌 감독 영입이 모두 플레이오프가 진행되는 도중이었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았다. ‘잔치’가 한창인데 SSG가 자꾸 주인공이 되는 모양새였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다시 일이 생겼다. LG 이호준 타격코치의 SSG 감독 내정설이 나왔다. SSG가 급하게 “최종 후보도 아니다. 면접도 한국시리즈 이후 본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파장이 꽤 컸다.

결과적으로 이호준 감독은 아니었다. 지난 17일 이숭용 신임 감독을 앉혔다. 21일에는 성대하게 취임식도 열었다. 정용진 구단주는 이숭용 감독에게 ‘육성과 성적을 다 잡아달라’는 숙제를 안기기도 했다.

여기에 송신영 수석코치, 배영수 투수코치, 강병식 타격코치를 영입하는 등 1군 코칭스태프 조각도 마무리 단계다.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이렇게 일단락이 되는 듯했다.

다시 일이 터졌다. 이숭용 감독 공식 취임 다음날인 22일이다. 2차 드래프트가 있었다. 여기서 김강민이 한화의 지명을 받았다. 2001년 데뷔해 23년간 한 팀에서 뛴 프랜차이즈 스타의 이적이다.

결과적으로 SSG가 방심한 모양새다. “은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당황스럽다”고 했다. SSG가 김강민의 은퇴에 대해 뚜렷한 무언가를 남기지 않았고, 한화는 ‘선수 김강민’의 가치를 봤다.

김강민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인터뷰는 나중에 하겠다”고 했다. 대전에서 한화와 만났고, 24일 선수 연장을 택했다.

김강민은 “23년간 원클럽맨으로 야구를 하며 많이 행복했다. 신세만 지고 떠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다. 보내주신 조건 없는 사랑과 소중한 추억들을 잘 간직하며 새로운 팀에서 다시 힘을 내보려 한다”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단순한 선수 이적이 아니었고, SSG는 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그리고 25일 김성용 단장을 R&D센터장으로 이동시켰다. 좌천이다. 지난해 12월14일 단장으로 선임된 후 채 1년도 채우지 못했다. SSG는 “감독 및 코치 인선과 2차 드래프트 과정에서 생긴 논란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고 발표했다.

지난 10월31일 김원형 감독 계약 해지부터 11월25일 김성용 단장 좌천까지 단 26일이다. 10월25일 시즌 종료 시점으로 잡아도 딱 한 달.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일이 터졌다. 끝이 아니다. 새 단장도 찾아야 한다.

그 사이 너무 많은 이들의 마음이 다쳤다. 특히 김강민의 이적이 크다. 김광현은 “SNS는 인생에 낭비라지만, 오늘은 해야겠다. 누군가의 선택은 존중하지만, 23년 세월은 무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잘가요 형. 아, 오늘 진짜 춥네”라고 썼다. 한유섬도 “이게 맞나요?”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세대교체를 말했고, 육성을 말했다. 대신 ‘리빌딩’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았다. ‘리모델링’이라 했다. 베테랑을 축으로 놓고 ‘조화’를 꾀하겠다고 했다. 그랬는데 김강민이 나갔다. 동시에 최주환도 갔다.

여기서 선수들은 헷갈린다. 특히 선수들에게 ‘오래 뛰면서 충성한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의구심을 안겨준 행보다. 여차하면 선수단이 통째로 동요할 수 있다.

SSG는 인천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팀이다. 올해는 106만8211명으로 100만 관중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혼란을 자초했고, 팬들의 마음을 외면한 모양새가 됐다.

어떻게든 수습해야 한다. 단장 보직 해임으로 될 일은 아니다. 한 번 흔들린 신뢰를 다시 단단하게 만드는 것은 시간이 필요하다.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다. 감수해야 할 부분이다. 최대한 빨리 새 단장을 선임하고, 새롭게 출발할 필요가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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