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강예진기자] “큰 선물 주신 황선홍 감독께는 감사, 정정용 감독께는 죄송하다”, “한이 많아서 이야기 더 할게요” 별들의 재치 있는 입담이 K리그 시상식을 수놓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을 개최했다.

K리그는 올시즌 ‘흥행 가도’를 달렸다. K리그 1, 2 합계 301만1509명으로, 유료 관중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처음으로 300만 관중 시대를 열면서 단일시즌 최다 관중(2019시즌 182만7061명) 기록을 갈아 치웠다.

뜨겁게 달려온 만큼, 시상식 현장 또한 열기로 가득했다. 시상식이 열리기 2시간도 채 전에 행사장은 팬들로 북적였다. 축구화와 유니폼을 벗어 던지고 정장으로 멋을 낸 선수들은 행사 입장 전 레드카펫 세리머니로 팬들에게 화답했다.

재치 있는 입담도 행사장을 화기애애하게 만들었다. 베스트 11 수비수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설영우는 “나를 촌놈으로 대하면서 늘 많은 걸 요구하고 가르쳐주시는 홍명보 감독께 감사하다”며 운을 뗐다. 그러면서 “올해 정말 큰 선물을 주신 황선홍 감독께 감사를, 정정용 감독께는 죄송하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있다. 설영우는 당초 12월 김천 상무에 입대해 정정용 김천 상무 감독과 합을 맞춰야 했는데, 지난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어 ‘병역 혜택’을 받아 두 감독의 이름을 언급한 것이다.

또 설영우는 “목표는 MVP다”라고 하자 홍명보 울산 감독의 표정은 ‘흐뭇’하면서도 ‘어휴 저 촌놈’이라는 미묘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 이어 설영우는 “MVP를 받을 때까지 열심히 뛰어다니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K리그1 득점왕을 차지한 주민규는 감사의 인사를 전하면서 “한이 많아서 이야기를 더 많이 해야겠다”라며 웃었다. 그는 지난시즌 득점왕을 차지한 조규성(17골·경기당 0.55골)과 타이를 이뤘지만, 경기당(0.46골) 득점에서 뒤져 상을 놓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시즌 만에 주민규는 대전의 티아고를 제치고 상을 거머쥐었다.

이어 베스트11 공격수 부문에도 이름을 올린 주민규는 “눈치보여서 다 못했는데 마저 하겠다”라며 웃었다.

시상식 첫 나들이에 나선 ‘데뷔 10년차’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혁은 “실컷 사진 찍고 가려고 한다. 팀 동료인 제르소를 응원하려고 응원단으로 왔다”고 웃으며 “베스트드레서 상은 없나요?”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베스트 골 발표 전에는 팬들의 환호성으로 가득했다. 진행자가 ‘어떤 골이 받았으면 하냐’고 묻자 팬들은 일제히 자신이 응원하는 구단의 선수를 큰소리로 외쳤다. 진행자는 ‘한두 분만 이야기하실 줄 알았는데 놀랐다’며 열기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장 안은 물론 밖에서도 K리그의 열기는 뜨거웠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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