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김용일기자] 시상식도 ‘울산 천하’였다.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울산 현대의 K리그1 2연패를 이끈 베테랑 수비수 김영권(33)과 홍명보(54) 감독이 각각 최우수선수상(MVP)과 감독상 영예를 안았다.

김영권은 4일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월드에서 열린 ‘2023 하나원큐 K리그 대상 시상식’ 최고 영예인 MVP 부문에서 K리그1 12개 구단 감독과 주장으로부터 각각 6표, 4표를 받았다. 그리고 미디어 115표 중 55표를 획득, 환산 점수 44.13점으로 제카(포항·41.76점)를 제치고 올시즌 최고의 별로 떠올랐다. 제카는 감독에게 5표, 주장에게 7표를 받았으나 미디어 투표에서 41표를 받았다.

홍 감독은 감독과 주장으로부터 각각 9표, 4표를 받았다. 미디어로부터는 36표를 얻었다. 환산 점수 45.02점을 기록, 올시즌 광주FC의 깜짝 3위를 이끈 이정효 감독(25.52점)을 여유 있게 제치고 2년 연속 감독상을 받았다. 이 감독은 미디어로부터 59표를 받아 홍 감독을 앞섰으나 감독, 주장으로부터 각각 1표씩 얻는 데 그쳤다. 김기동 포항 감독은 감독 1표, 주장 5표, 미디어 17표로 20.91점을 기록하며 3위에 올랐다.

‘영혼의 사제’인 홍 감독과 김영권이 나란히 K리그 시상식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둘은 2009년 U-20 월드컵(8강) 2012년 런던올림픽(동메달)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등 연령별 대표부터 A대표팀까지 사제 연을 맺었다. 지난해 수비진 보강을 그린 홍 감독은 해외리그만 누빈 김영권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당시 J리그에서 활동한 김영권은 연봉을 삭감하면서 홍 감독의 손을 다시 잡았다.

후방을 든든하게 책임지며 울산이 17년 만에 K리그를 제패하는 데 주연 역할을 했다. 올시즌엔 둘의 ‘의리’가 더욱 빛났다. 김영권은 지난 여름 중동 한 팀으로부터 거액 오퍼를 받았다. 선수 생활 끝자락인 만큼 다시 한번 가치를 인정해준 해외팀으로 이적할 만했다. 그러나 당시 울산이 박용우(알 아인) 이적 등으로 휘청거리는 등 어려움을 겪던 중이었다. 김영권은 거액을 포기하고 홍 감독과 끝까지 함께 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보란 듯이 울산 역사에 없던 2연패를 함께 일궈냈다.

현역 시절 명수비수로 활약한 홍 감독은 김영권과 같은 중앙 수비수로 뛰었다. 그만큼 서로 이해하는 지점이 맞닿아 있다. 김영권에게 홍 감독은 정신적 지주이자 롤모델이다. 그는 수상 직후 “올시즌 경기력이 안좋은 시기가 있었다. 그때 감독께서 해준 말이 기억 난다. ‘어떻게 매일 잘할 수 있겠냐. 한 두 경기 못하면 어떠냐’라고 말씀하셨다. 속이 뻥 뚫리면서 우승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감독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시상식장을 찾은 아내를 향해 “이 트로피는 당신의 땀과 노력이 하나하나 들어 있다. 나를 멋진 축구 선수로 만들어줘서 정말 고맙다”며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K리그 40년 역사에서 역대 6번째 리그 2연패 수장이 된 홍 감독은 2017~2018년 전북 현대를 이끈 최강희 감독 이후 5년 만에 2년 연속 감독상을 품었다. 그는 “축구장에서 이기는 감독은 괜찮은데, 지는 감독은 모든 화살을 받는다. 외로운 직업이다. 그럴 때일수록 귀를 열고 주위 사람 말을 들으면 좋으리라고 생각한다”며 “미래를 꿈꾸는 지도자, 감독들과 이 상을 나누고 싶다”고 웃었다.

울산은 이날 베스트11에도 무려 5명(조현우 김영권 설영우 엄원상 주민규)이나 이름을 올렸다. 또 홍 감독은 베스트 포토상, 주민규는 최다 득점상(17골), 김태환은 EA 모스트 셀렉티드 플레이어상을 각각 수상하면서 나란히 2관왕을 차지했다. 무려 10개 부문에서 수상자를 배출한 울산은 시상식장도 푸른 빛으로 수놓았다. kyi0486@sportsseoul.com

■K리그1 수상자

▲MVP 김영권(울산) ▲감독상 홍명보(울산) ▲영플레이어상 정호연(광주) ▲베스트11 GK 조현우(울산) DF 완델손 그랜트(이상 포항) 김영권 설영우(이상 울산) MF 제르소(인천) 오베르단(포항) 이순민(광주) 엄원상(울산) FW 주민규(울산) 제카(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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