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강예진기자] “한 경기씩 집중해서 하려고 생각해요.”

양효진은 V리그에서 빼놓을 수 없는 ‘리빙 레전드’다. 지난 2007~2008시즌 1라운드 4순위로 현대건설에 입단한 그는 17시즌간 코트를 지키고 있다.

시간이 거꾸로 간다. 데뷔 시즌 때부터 꾸준히 300점 이상씩을 올렸는데, 2021~2022시즌(502점)부터 지난시즌(523점)까지는 500점 이상을 올리면서 팀 내 주 공격수 못지않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시즌의 523점은 2013~2014시즌 560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은 이후 9시즌 만에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했을 때다. 기세에 힘입어 양효진은 지난시즌 V리그 역대 통산 7000점을 돌파한 선수 ‘1호’로 자리매김했다.

블로킹은 말할 것도 없다. ‘블로퀸’이라 불리는 양효진은 2009~2010시즌부터 2019~2020시즌까지 여자부 블로킹 부문 11연패를 차지하기도 했다. 190cm의 신장의 높이에서 오는 장점도 있지만, 베테답게 농익은 위치 선정과 플레이 등으로 팀 중앙을 든든히 지킨다. 올시즌에도 그는 세트당 0.857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면서 블로킹 2위에 매겨졌다.

현대건설이 12일 2023~2024 V리그 단독 선두에 오를 때도 힘을 보탰다. 양효진은 이날 팀 내 가장 많은 4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면서 벽을 세웠다. 공격 9점까지 더해, 외인 모마(20점)의 뒤이은 13점(공격 성공률 45%)을 올렸다. 블로킹 하나만 더 기록했다면 V리그 역대 통산 1500 블로킹에 이름을 새길 수 있었지만, 양효진은 “오늘 안해도 괜찮다”라며 쿨하게 웃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정말 솔직하게 데뷔 10시즌 정도까지는 블로킹퀸 자리를 의식했다. 10년을 채우고 싶은 생각이 있어서 수치에 신경을 썼다. 이제는 기록을 떠나서 한 경기씩 집중해서 하자는 생각으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했다.

사령탑도 양효진의 꾸준함에 미소 지었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대단하다”라고 반응했다.

현재 블로킹 1위는 IBK기업은행의 최정민이다. 2020~2021시즌 1라운드 3순위로 IBK기업은행 유니폼을 입은 그는 프로 처음으로 블로킹 1위 자리에 매겨진 것. 180cm의 신장으로 미들블로커로서 작은 편에 속하지만 세트당 0.931개로 커리어 하이는 물론 지난시즌(세트당 0.540개)을 훌쩍 뛰어넘었다.

양효진도 인정했다. 그는 “손모양이 정말 예쁘게 잘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일단 신장이 크지 않은데 1위를 하고 있다는 것 자체로 놀랍다. 모든 선수에게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내가 블로킹 1위를 하면 ‘키가 크니까’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그런 면에서 정민이가 잘하고 있는 것 같다”고 칭찬했다.

현대건설은 시즌 초 중위권을 맴돌았지만, 이제는 상위권 경쟁에 돌입했다. 양효진은 “목표는 포스트시즌에 가는 것이다. 일단 상위권에 있는 것 자체만으로 좋다”고 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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