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LA=문상열 전문기자]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Wild Wild West).’

2024시즌 메이저리그(ML) 내셔널리그 서부지구가 뜨겁게 타오른다. 특히 한국과 일본 팬이 벌써 들썩인다. 색깔 뚜렷한 아시아 야구 스타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차례로 둥지를 틀어서다.

아시아 내야수 최초의 골드글러브 수상자인 김하성(28·샌디에이고)의 주무대인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에 아메리칸리그 포식자로 맹위를 떨치던 오타니 쇼헤이(29·LA다저스)가 10년 7억달러라는 만화같은 액수로 넘어왔다.

여기에 KBO리그를 평정한 뒤 미국 진출을 선언한 이정후(25)가 다저스와 100년 숙적인 샌프란시스코에 둥지를 틀어 한일 자존심 대결이 성사됐다.

미국인들이 험난한 서부를 개척할 때 사용한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가 2024년 ML 내셔널리그에서 재현된다. 이미 수십억원 이상 중계권료 전쟁이 시작됐고, 미국 전역에서도 크게 조명하고 있다. ML사무국은 14일(한국시간)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타니의 주요 일정을 요약해 업로드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은 오타니는 2월23일 샌디에이고와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격돌한다. 김하성과 화력 대결 시발점이다. 3월21일에는 김하성의 친정이자 홈그라운드인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한국팬을 만난다.

오타니의 LA다저스행이 발표됐을 때 가장 들썩인 곳이 고척돔이다. 3월29일 다저스타디움에서 ML 정규시즌 경기를 치르는 오타니는 4월6일 생애 첫 리글리필드(시카고 컵스)를 방문하고, 6월8일 양키스, 22일 친정인 LA 에인절스 등을 만난다. 에인절 레드가 아닌 다저블루를 착용하고 양키스와 에인절스를 만나는 것 역시 전 세계 야구팬이 손꼽아 기다리는 빅매치다.

아시아 팬은 6월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 특히 한국에 있는 ML 팬은 당장 2월이면 한·일, 한·한 화력쇼로 새벽잠을 설쳐야 한다.

스타트는 오타니와 김하성이 끊는다. ML 공식 SNS가 공개한 것처럼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2월23일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른다. 6년 1억3000만달러에 샌프란시스코와 도장을 찍은 이정후는 2월25일 시카고 컵스와 ML 시범경기 개막전을 치른다.

이정후와 김하성은 3월3일 첫대결한다. 콘택트 히터인 이정후의 타구를 샌디에이고 내야수 김하성이 걷어내는 장면이나, 중장거리 타자인 김하성의 타구를 외야수 이정후가 잡아내는 장면은 묘한 여운을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이정후와 오타니의 맞대결은 3월8일로 예정돼 있다. 유형은 다르지만 한·일 최고 스타가 만나는 것만으로도 아시아 야구팬의 이목을 끌기 충분하다.

정규시즌 개막 후에는 같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여서 맞대결이 잦을 수밖에 없다. 12차례 맞대결이 예정돼 있다. 이때부터는 맞대결뿐만 아니라 팀 성적까지 팬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객관적으로 2024시즌 ML 포스트시즌 진출이 유력해보이는 팀은 다저스다. 11연속시즌 가을야구에 진출한 다저스는 당연히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삼았다. 오타니를 영입했지만, 전력 보강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와 샌프란시스코는 가을야구 진출을 낙담할 수 없다. 두 팀 모두 최근 10년간 들쑥날쑥했다. 꾸준하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부르스 보치 감독이 이끌던 2014년 마지막 월드시리즈 후 가을야구에 두 번밖에 오르지 못했다. 2016년과 2021년이다. 2021년 프랜차이즈 사상 최다 107승을 이끈 게이브 캐플러 감독은 올해 성적 부진으로 해고됐다. 이 지역 출신이며 샌디에이고 사령탑이던 봅 멜빈이 새로 지휘봉을 잡았다. 김하성을 떠나 이정후를 만나게 된 인연도 얘깃거리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10년간 딱 두 차례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2020년 축소시즌 때를 제외하면, 지난해가 유일하다. 지난해 와일드카드로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진출했고, 오프시즌 대대적으로 투자했지만 올해 성적은 뒷걸음질 쳤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ML 왕좌를 탈환하려는 다저스를 김하성과 이정후가 얼마나 따라잡을지 관심이 쏠린다. ML 개막까지 3개월 여 남았다. zzang@sportsseoul.com·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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