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민규기자] 정상까지 딱 한 걸음 모자랐다. 모두가 최선을 다했지만, 마지막 순간 힘이 부족했다.

현장은 최선을 다했으니, 측면지원만 강화하면 부족함을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정규시즌 꼴찌에서 한국시리즈 무대까지 올라선 KT 위즈가 명문구단으로 도약할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KT가 스포츠단 신임 대표이사로 이호식(66) 전 진천선수촌 부촌장을 선임했다.

스포츠서울의 취재를 종합하면, KT는 공모 형태로 스포츠단 대표이사를 찾았고, 실무와 행정 경험을 모두 갖춘 이 전 부촌장을 선택했다.

이 신임대표는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으로 대표팀 코치를 역임했다. 군복무 후 교편을 잡기도 했던 이 신임대표는 체조협회 국제심판, 수석부회장, 아시아체조연맹 집행위원 등으로 스포츠 실무와 행정을 두루 경험했다.

지도자 시절에는 양학선, 손연재 등을 발굴하는 탁월한 안목으로 대한민국 체조 위상을 높인 인물로 평가받는다.

2017년 진천선수촌 부촌장으로 시야를 넓힌 이 신임대표는 2021년 바이애슬론연맹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동계 스포츠도 깊게 들여다봤다. 대한체육회 심판위원회 부위원장도 역임해 공정과 투명, 균형을 강조하는 스포츠 가치를 두루 실천한 인물이다.

태극전사들의 땀과 눈물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어 야구와 농구뿐만 아니라 사격, 필드하키, e스포츠 등에서 팀을 운영하며 국가대표를 지원하는 KT스포츠단 수장에 걸맞은 인사라는 평가도 나온다.

그룹 내 고위 인사들이 사실상 마지막 자리로 KT 스포츠단 대표이사직을 겸직하던 관행을 깨고 체육인 출신 스포츠 전문 행정가를 선임한 건 KT 스포츠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정부가 생활체육뿐만 아니라 엘리트와 스포츠산업화 등을 총괄하는 국가스포츠위원회(가칭)를 내년 발족을 목표로 잰걸음 중인 상황이어서 프로·아마 종목을 두루 운영 중인 KT스포츠단이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 신임대표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스포츠 전문 기업을 맡아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여러 스포츠 단체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KT 스포츠가 지속 가능한 시스템을 정착시킬 수 있도록 사명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그러면서 “선수들이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고 우수한 성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팬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주는 KT 스포츠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속가능한 시스템’은 현재 KT스포츠단에 꼭 필요한 덕목이다. 올해 KBO리그에서 마법 같은 시즌을 치른 KT 위즈는 정규시즌 한때 최하위까지 떨어졌지만,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하는 기적을 만들었다. 강백호 등 주축선수가 부상한 탓에 트로피를 품에 안는 데 실패했지만, 올해 경험을 바탕으로 선수구성과 지원 시스템을 더욱 견고하게 다듬을 필요가 있는 것을 배웠다.

10개구단 중 가장 먼저 외국인 선수 구성을 완료하는 등 예년보다 빠르게 선수단을 세팅하는 것 또한 ‘미리 준비하는 시스템’을 정착하기 위한 마중물로 볼 수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 e스포츠 구단 KT 롤스터는 서머 시즌 1위로 마무리하며 5년 만에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에 진출했고, 우승은 못했지만 8강에 올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2026 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도 e스포츠가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위상이 격상됐다.

이 신임대표의 경험을 토대로 선수 발굴·육성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면 KT가 e스포츠 인재양성에 선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김종현으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사격 또한 세대교체가 더뎌 고민 중이다. 이 신임대표가 강조한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정착해 세계수준의 대한민국 사격을 화수분으로 만든다면, KT스포츠단뿐만 아니라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에도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대표이사가 스포츠에 대한 이해도가 낮으면 할 수 없는 준비들이다. KT의 통큰 결단과 이 신임대표의 풍부한 경험이 KT스포츠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체육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관심이 쏠린다.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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