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영등포=김용일기자] “안정환·이동국·고종수 함께 찍은 사진 어디 없나요?”

21일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K리그 40주년 기념 전시회’ 미디어 시사회에서 취재진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한 순간이 있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직후 K리그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꽃미남 트로이카’ 안정환, 이동국, 고종수의 얘기가 나왔을 때다.

전시회는 K리그 40년 역사를 ‘우주(Universe)’로 표현, 13개 구역으로 나뉘어 다양한 방식으로 조명했다. 그중 호라이즌(HORIZON) 구역은 30여 미터 길이 벽면을 따라 사진을 나열, K리그 40년 역사를 순서대로 바라보게 했다. 1983년부터 2023년까지 연도별 우승팀 엠블럼이 새겨져 있고, 시기마다 주요 사진이 당시 사진과 함께 배치됐다. 총 83개 사건과 74개 사진이 삽입됐는데, 각 언론사 데이터베이스에서 제공한 게 여럿 있다. 스포츠서울은 가장 많은 30개의 사진을 제공했다. 그리고 주목받은 사진 중 하나가 과거 부산 대우 안정환과 포항의 이동국이 지난 1999년 2월11일 아시안클럽선수권대회에서 맞대결을 앞두고 포즈를 한 것이다.

그해 한국 축구는 프랑스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네덜란드에 0-5로 패하는 등 참패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팬들은 ‘한국 축구를 살리자’며 K리그 경기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프랑스 월드컵 시절 ‘10대 선수’로 참가한 이동국과 더불어 ‘테리우스’ 안정환, ‘천재 미드필더’ 고종수(당시 수원 삼성)는 리그 흥행 중심에 서 있었다. 뛰어난 재능 뿐 아니라 여성 팬의 마음을 훔치는 외모로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안정환의 홈구장이던 부산구덕운동장은 수용인원을 넘어 육상 트랙까지 의자를 두고 팬을 받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이들 덕분에 K리그는 1998년 처음으로 200만 관중을 넘어섰고 이듬해까지 관중 몰이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이동국이 독일, 안정환이 이탈리아로 각각 떠나면서 K리그 내 ‘트로이카 시대’는 막을 내렸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이들의 엄청난 존재감에도 함께 찍은 ‘쓰리샷’ 사진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날 작품 설명자로 나선 위원석 대한축구협회(KFA) 이사이자 스포츠서울 전 편집국장은 “리그 초창기 사진을 얻기 위해 언론사 DB를 비롯해 아직 DB화가 돼 있지 않은 곳의 필름까지 받아 인화작업을 거쳤다”며 “이동국, 안정환, 고종수는 K리그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인데 어느 곳에서도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언론사에서 3명을 함께 조명하는 기획물도 준비하려고 했는데 당시 동시 섭외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혹시 이들의 쓰리샷을 발견한다면 특종감”이라고 덧붙였다.

1985년 창간부터 체계적으로 사진DB를 보유하고 있는 본지에도 ‘트로이카’ 자료가 많은데, 이동국과 고종수, 이동국과 안정환이 각각 따로 찍은 사진만 남아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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