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룬 정종진임에도 더 도약하려는 자세나 열정이 놀랍다. 비록 지금은 황태자가 아니지만 이에 비관하지 않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성낙송의 투지는 동료 선수들에겐 자극으로, 또 후배들에겐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예상지 최강경륜 박창현 발행인)

[스포츠서울 | 이웅희 기자] 경륜 데뷔 각각 12년, 11년 차에 접어든 정종진(20기)과 성낙송(21기)이 여전히 녹슬지 않은 실력과 수준 높은 경기 내용으로 연일 경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정종진은 여전히 데뷔 초 못지않게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지난해 승률 94%, 2017년 97%에 이어 두 번째에 해당하는 좋은 성적이다. 그랑프리 4연패를 달성했던 시기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임채빈에게 밀려 2인자가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건재하다.

정종진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재도약을 짐작게 하는 경기 내용 때문이다. 위상이 달라지고 또 세월이 흘러가면 경륜 선수들은 힘보다 요령과 기술을 앞세우는 전술을 구사한다. 그래서 선행이나 젖히기와 같은 자력 승부 위주의 전법보다는 마크나 추입의 비율이 커지게 된다. 그러나 정종진은 경이롭게도 현시점에서 자력 승부 비중을 높였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정종진의 선행 비율은 50%, 젖히기 비율은 17%다. 이는 지난해 선행 27% 젖히기 14%에 비해 눈에 띄게 향상된 수치다.

정종진이 쉽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음에도 자력 승부의 비중을 높인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는 정종진이 여전히 건재하고 진화 중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계속 마주하게 될 임채빈을 향한 정종진의 무력시위라는 점을 이유로 보고 있다. 올해 규정이 바뀌어 모든 대상경주에서 임채빈도 상대해야 한다. 무관이 되지 않기 위해는 정종진도 임채빈을 넘어서야 한다.

성낙송은 정상에 올라서기까지 오랜 어려움을 감내해야 했던 정종진과 달리 데뷔 초부터 그야말로 탄탄대로를 달렸다. 성낙송의 화려한 기술과 순발력을 바탕으로 하는 막판 결정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하지만 코로나 전후로 주축 선수가 팀을 빠져나가거나 팀원들의 노쇠화가 동시에 겹쳤다. 정종진에 이어 임채빈까지 등장하자 이전과는 확실히 다른 세상이 됐다.

처음 경험해 보는 수적 열세와, 상대 선수들의 강한 견제 등을 감내해야 했던 성낙송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코로나 이전 평균 75%에 달했던 성낙송의 승률은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륜 황태자 성낙송이 어떤 상대를 만나도 굴하지 않는 투지와 집중력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고 있다. 매 경주 온 힘을 다하는 성낙송의 전략과 전술, 심심찮게 쏟아내는 기막힌 작전은 경륜 팬들에게 볼거리와 진한 여운으로 다가온다. 과거 그의 전매특허인 이단젖히기 전법까지 선보이고 있다.

경륜에서 오랫동안 선수 생활을 유지하는 경우는 많이 있다. 하지만 정종진, 성낙송처럼 데뷔 후 줄곧 특선급 그것도 최상위그룹에서 활약 중인 선수는 매우 드물다. iaspire@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