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국제공항=윤세호 기자] “작년에는 우승해서 많이 묻어갔다. 그만큼 비시즌에 준비 많이 했다.”

야구계에서 소문난 독종이다. 훈련량만 보면 따라올 선수가 없다. 시즌·비시즌·캠프를 가리지 않고 늘 배트를 휘두른다. 웨이트 트레이닝 강도 또한 추종을 불허한다. 만족을 모르고 매년 커리어하이 시즌을 꿈꾼다. LG 베테랑 외야수 김현수(36) 얘기다.

그런 그가 유독 혹독한 비시즌을 보냈다. 한눈에 체중 감량이 드러날 정도로 살이 쏙 빠졌다. 마치 신인 시절 같은 모습으로 30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 출국길에 올랐다. 늘 비시즌마다 체중 감량을 이뤘지만 이렇게 달라진 모습은 아니었다.

김현수는 “작년에 허리를 다치면서 운동을 많이 하지 못했다. 이번에 살을 빼면서 유독 지방이 많이 빠진 게 아닌가 싶다. 식사하는 방법도 많이 바꿨다. 그래서 좀 더 많이 빠진 것 같다”며 “옷이 많이 커졌다. 옷이 커진 걸 보면 이 정도로 몸무게가 빠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내가 보기에도 깜짝 놀랄 정도”라고 미소 지었다.

감량에 만족하지 않는다. 진짜 과제는 감량이 아닌 성적이다. 개인과 팀 성적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가장 중요하다. 2023년 타율 0.286 6홈런 88타점 OPS 0.747. 보통 선수에게는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KBO리그를 대표하는 좌타자 김현수 기준에서는 저조한 수치다.

작년을 돌아본 김현수는 “우승해서 많이 묻어갔다. 못했는데 동료들이 잘해주고 팀이 우승해서 넘어갔다. 그만큼 비시즌에 준비를 많이 했다”며 “작년에 너무 못해서 올해 조금만 더 해도 업그레이드된 시즌이 될 것이다. 감독님께서 목표를 정해주셨는데 그대로만 되면 정말 좋을 것 같다. 감독님 목표는 사실 말도 안 되는 기록이다. 그런데 나 또한 말도 안 되게 노력해서 도전해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염경엽 감독은 새해를 맞아 김현수를 비롯한 중심 선수들에게 새해 목표를 전달했다. 김현수의 목표는 타율 0.330 이상이다. 2020년 타율 0.331 이후 3년 동안 2할대 후반 타율을 기록했는데 정교함을 되찾는 게 목표다. 개인 통산 최고 타율은 LG 첫해였던 2018년에 기록한 0.362. 커리어하이는 어려울 수 있지만 사령탑이 설정한 목표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타점이 늘고 팀도 승리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현수는 “내 앞에 있는 타자들은 리그 최강이다. 리그에서 가장 잘 출루하는 타자로 구성됐다. 게다가 빠르다. 작년에 그렇게 못 먹었는데도 타점이 적지 않았다”며 “이제부터 잘 주워 먹으면 타점은 당연히 많아질 것이다. 타율 0.330 이상을 친다면 타점이 정말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시프트 제한이라는 호재도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잘 친 공이 시프트에 걸려 범타에 그치는 경우가 빈번했다. 그는 “심리적으로 편해지지 않을까. 안타라고 생각한 타구가 잡히면 다음 타석에도 나도 모르게 소극적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았다. 공을 더 정확히 보고 치려다 카운트가 몰리곤 했다. 심리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늘 그랬듯 캠프는 맹훈련 기간이다. 캠프 내내 새벽부터 나와서 개인 훈련하는 김현수는 “많이 치는 것은 변함없는 내 루틴이다. 올해도 그렇게 할 것”이라며 “우리가 디펜딩 챔피언이지만 올라가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다고 생각한다. 지키기 위해서는 더 강해져야 한다. 감독님이 말씀하신 업그레이드를 이뤄야 한다. 어깨 으쓱해지는 순간 꼴등으로 내려간다고 생각한다”고 연속 우승을 향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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