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중동 축구의 약진이 돋보였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한 달이 넘는 대장정 끝에 막을 내렸다. ‘개최국’ 카타르가 2019 아랍에미리트(UAE) 대회부터 2연패했고, 요르단이 준우승했다. 3위는 4강에서 카타르에 패한 이란이, 요르단에 패해 4강 탈락한 한국은 4위가 최종순위가 됐다.

카타르의 사상 첫 2연패, 요르단의 첫 준우승 등의 여러 기록이 쏟아졌지만, 간과해서 안 될 부분은 아시아 축구의 전반적인 수준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특히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축구 강자 외에 2류로 취급받던 카타르와 요르단, 이라크 등이 급부상했다.

이번대회 16강에 진출팀 중 중동 국가만 9개 팀에 이른다. 동북아(한국, 일본), 동남아(태국, 인도네시아), 중앙아시아(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에 견주면 압도적인 수치다. 조별리그 2차전에서 ‘우승후보’ 한국과 일본에 각각 일격을 가했던 요르단(2-2 무)과 이라크(3-2 승)만 봐도 이전과는 다른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강세를 보인 팀은 확실한 스코어러, 즉 간판스타가 팀을 이끌고 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우승을 차지한 카타르 아크람 아피프를 시작으로, 이라크 아이멘 후세인, 요르단 무사 알 타마리 등 팀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상대국에는 경계의 대상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제 중동팀 특유의 피지컬만 앞세우는 시대는 지났다. 아시아 강호인 한국과 일본이 지닌 기술력을 비롯해 정신력으로 무장했다. 피지컬에서 오는 파워와 개인 기술, 그리고 정신력 등 삼박자를 갖춰 메이저대회에 나서기 때문에 아시아 전통 강호들이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한국이 조별리그 2차전에서 요르단과 비겼을 때, 일본 역시 이라크에 충격패 했다. 카타르 매체 ‘라야 스포츠’는 “중동 국가들이 동아시아팀을 연이어 정복하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를 톱에 싣기도 했다.

대표팀을 이끌었던 울산 HD 홍명보 감독은 “아시안컵을 보며 아시아 축구가 한 단계 성장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예전에는 사우디와 이란 등의 강호를 제외하면 전력이 약했는데, 지금은 나머지 팀들의 약진이 돋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축구가 아시아 무대에서 더 강해지려면) 전체적으로 국가에 대한 로열티를 갖고 뛰는 선수가 필요하다. 유럽파도 있지만 K리그 등의 선수들도 함께 성장해야 한다. ACL에서도 느꼈지만, 아시아 자체가 경쟁 체제가 됐다”고 덧붙였다.

세계 축구에서 중동의 존재감은 차츰 커지고 있다. 2010년대 후반부터는 중동에서 개최하는 국제 대회가 증가한 것이 한 예다. 2019 UAE 아시안컵을 비롯해 FIFA 카타르 아랍컵, 2022 FIFA 월드컵 등 국제 경험치를 쌓을 수 있는 대회가 많아졌다.

개최국 카타르는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컵까지 역대 최다 관중 흥행에 성공했다. 차기 아시안컵은 사우디에서 개최된다. 사우디는 월드컵 개최도 희망하고 있다. 국제대회에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막강한 힘을 비축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제 ‘우승후보’ ‘아시아의 맹주’라는 별칭은 옛말이 됐다. 아시아 무대에서 명예를 되찾고,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세계 축구 정세와 떠오르는 중동의 신흥 국가들에 대한 대비가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때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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