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블랙타운(호주)=장강훈 기자] 두산도 실전 모드로 전환했다. 지난해와 다른 모습이 눈에 띄었다.

호주 시드니 북부에 있는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베이스볼파크에서 시즌 담금질 중인 두산은 14일 청백전 형태의 첫 실전을 소화했다. 두 차례 라이브 피칭으로 무뎌진 감각을 깨운 뒤 본격적인 실전모드로 전환한 셈이다.

두 가지 특징이 도드라졌다. 일단 많이 뛴다. 올해는 시프트 제한, 베이스 확대, 후반기 피치클락 도입 등 제도 변화가 많다. 모든 팀이 뛰는 야구를 선언했는데 두산도 다르지 않다. 두산 이승엽 감독은 “지난해 LG에게 많이 당했다. 요인을 분석해보면, (LG가) 정말 많이 뛰더라. 이렇게 뛰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뛰더라. 이런게 우리로서는 부담이 된 것 같다”고 돌아봤다.

두산도 빠른 주자가 없지 않다. ‘도루왕’ 정수빈을 필두로 허경민 강승호 박준영 조수행 이유찬 등 언제든 누를 훔칠 야수가 즐비하다. ‘뛰는 야구’가 비단 도루만 얘기하는 건 또 아니다. 짧은 안타 때 다음 베이스로 파고드는 적극성 또한 뛰는 야구 범주에 포함된다.

스타트, 타구판단, 베이스 턴 등 작게는 반 발, 크게는 한두 발 정도만 줄여도 세이프 확률이 높다. 이날 청백전에서는 몇 차례 런 앤드 히트 등 작전을 전개했는데, 포수인 김기연마저 짧은 안타 때 3루를 파고들어 박수 받았다.

또 하나 눈에 띈 점은 왼손 투수들의 약진. 이 중에서도 이병헌(21)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시속 148㎞까지 측정된 속구 구위는 여전했고, 완성도를 높인 체인지업 움직임도 도드라졌다. 무엇보다 탄착군이 대체로 일정하게 형성된다는 점이 시즌 활약을 기대할 만한 요소다.

들쑥날쑥한 제구 탓에 타자와 어렵게 승부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비록 적시타를 맞았지만, 유리한 카운트에서 빠르게 승부했고, 원하는 곳으로 던진 것만으로도 달라졌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이병헌은 “곽빈, 정철원 등 형들이 어제(13일) 조언한 게 있었는데, 야간 훈련 때 셰도피칭으로 점검한 뒤 오늘(14일) 던져봤는데 잘됐다. (안타 등) 결과와 상관없이 힘을 제대로 쓰고 있다는 느낌과 커맨드가 향상했다는 느낌을 동시에 받았다. 앞으로 계속 실전이어서 불펜피칭할 시간이 부족하지만, 실전에서라도 지금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통 오버핸드보다는 살짝 낮은 팔높이에 횡으로 회전하는 특성상 릴리스포인트가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곽빈은 “상체 회전 때 횡이 아닌 종으로 눌러준다는 기분으로 던져보라”고 조언한 게 안성맞춤이었다.

이병헌은 “투수판도 1루쪽으로 옮겨 밟고, 조웅천 코치님께서 알려주신 체인지업 던지는 방식도 익히는 중”이라며 “짧은 이닝을 던져야 하는 보직이므로 핀포인트 제구보다는 구위로, 힘으로 누른다는 기분으로 던져야 한다. 2022년과 지난해 1군에 머문 기간이 늘었으므로 올해는 더 오래 1군에서 던지고 싶다는 게 현재 목표”라고 말했다.

왼손투수가 요소요소에 포진하면, 두산 마운드도 최상위급이다. 야수들의 공격적인 주루와 투수들의 빠른 승부. 이승엽 감독의 두 번째 시즌 화두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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