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축구팀] 이 정도면 축구 인생을 바꾼 보직 변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원FC 황문기(28)가 측면 수비수로 변신해 골 맛까지 보며 날아올랐다.

스포츠서울은 ‘하나은행 K리그1 2024’ 14라운드 ‘플레이어 오브 더 라운드(Player Of The Round·POTR)’에 황문기를 선정했다.

그는 지난 2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와 원정으로 치른 14라운드에서 1-1로 맞선 후반 추가 시간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의 2-1 신승을 이끌었다.

황문기는 지난해 여름 하위권으로 밀려난 강원의 소방수로 부임한 윤정환 감독 체제에서 핵심이 된 자원 중 한 명이다. 강원은 ‘윤정환호’로 갈아탄 뒤 기존 수비 지향적 색채에서 공격적으로 거듭났다. ‘특급 조연’ 구실을 하는 게 황문기다.

윤 감독은 기존 측면 수비 자원을 전진 배치해 공격 지역에 많은 숫자를 두고 다양한 부분 전술을 그렸다. 애초 공격력을 지닌 풀백 자원이 한정적이었는데, 윙포워드 구실을 한 황문기를 수비수로 돌렸다. 속도가 좋고 많이 뛰는 플레이 스타일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강원 축구가 다시 태어나는 촉매제가 됐다.

황문기는 지난해 강원이 김포FC와 운명의 승강 플레이오프(PO) 2차전을 벌일 때 가브리엘의 결승골을 돕는 결정적인 크로스로 기대에 부응했다.

오른쪽 풀백에 녹아든 그는 올시즌 물이 올랐다. 공격 상황에서 빠른 속도와 전방 압박으로 팀 공격의 엔진 구실을 한다. 대구전처럼 공격 시 스리백으로 돌아서면 공격수처럼 올라가 파이널 서드에서 공격 포인트를 올린다. 대구전 막판 그는 오른쪽 측면에서 빠르게 전진해 야고에게 연결했다. 그리고 페널티박스 정면 정한민에게 전달됐을 때 멈추지 않고 박스 안으로 질주, 공을 잡은 뒤 수비를 따돌리고 득점으로 마무리했다. 이번시즌 도움만 2개를 기록 중이던 황문기는 첫 골까지 뽑아냈다.

한국 축구는 장기간 풀백 기근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포지션보다 궂은 일을 많이 해야 하는 포지션 특성상 유소년 레벨부터 높은 수준의 ‘정통 풀백’이 부족한 상황이다. 자연스럽게 국가대표팀의 세대 교체도 더딘 편이다.

황문기는 비록 6월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을 치르는 A대표팀엔 승선하지 못했지만 ‘대표급 풀백’으로 분류되고 있다. 프로 커리어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그에게 운명처럼 다가온 포지션과 다름이 없다.

강원은 이번시즌 리그 최다 득점 2위(25골), 최다 유효 슛 3위(66개) 등 공격 축구를 마음껏 펼치고 있다. 황문기의 비상과 궤를 같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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