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전=윤세호 기자] 한화 김경문 감독이 처음으로 오렌지 유니폼을 입은 소감을 전했다. 한화 최대 장점을 젊은 투수로 꼽은 김 감독은 지금 선수들과 함께 차근차근 목표를 이룰 것을 강조했다. 더불어 이번에는 꼭 취임 기간을 채우면서 목표를 이룰 것을 다짐했다.

한화 구단은 3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제14대 김경문 감독 취임식을 열였다. 이 자리에 박종태 대표 이사, 손혁 단장, 류현진, 채은성이 함께 참석했다. 새로 취임한 김 감독에게 꽃다발과 유니폼을 전달했고 김 감독은 웃으며 한화에서 새로운 시작을 마주했다.

김 감독은 기자회견에 앞서 “대전에 와서 류현진을 보니 2008년 금메달 기억이 난다. 당시 현진이 덕분에 우승했다”고 미소 지으며 “그동안 밖에서 이전에 내가 야구한 것을 돌아봤다. 생각해보니 야구를 잘했던 것보다 부족하고 아쉬웠던 부분이 많았다. 그동안 준비하고 깨달은 것들 하나하나 실현하면서 한화 이글스를 강팀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 감독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취임 소감은?

구단에서 정말 편하게 해주셨다. 편하게 감독을 시작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장을 떠난지 시간이 지났지만 야구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여러 곳을 다녔다. 지금 한화가 성적이 조금 떨어져 있지만 충분히 반등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내가 할 일은 선수단 스태프와 함께 최강 응원을 보내주시는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보여드리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과거를 돌아보며 많이 배웠다고 했다. 어떤 점을 배웠나?

현장 떠나고 보니 잘 한 게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쉬운 부분이 많이 생각났다. 2등이라는 게 내게는 아픔이었다. 여기서 한화 팬들과 함께 우승에 도전하고 꼭 우승을 하고 싶다.

-밖에서 본 한화의 이미지, 그리고 앞으로 선수단을 운영할 방향이 궁금하다.

내 생각으로는 앞으로 젊은 선수보다는 나이가 있는 선수를 기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경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막 한화에 왔다. 스태프와 대화하면서 결정하겠다.

-미국 연수 시절에 쓴 컬럼에서 KBO 얇은 선수층을 지적했다. 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것도 꼽았다.

지금도 트레이드는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느 팀에서는 안 맞아도 다른 팀에서 잘하는 선수가 있다. 한 팀에서 선수가 자기 역할을 못하는 것보다 자신에게 맞는 팀에서 잘 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트레이드를 얘기하는 것은 이르다고 본다. 경기를 치르면서 스태프와 대화해보겠다.

-한화에서 하고 싶은 야구는?

이기는 야구하고 싶다. 지금 내가 색깔을 강하게 내기는 힘들다. 내가 해온 게 있고 한화의 장점도 있다. 이를 섞을 생각이다.

-KBO에서 다시 최고참 감독이 됐다. 베테랑 감독이다보니 올드 스쿨 이미지도 있는데 이에 벗어날 계획도 있나?

스태프와 미팅해보니 야구가 많이 변했더라. 처음 감독할 때는 40대 초반 어린 감독이었다. 그러다 최고참 감독이 됐다. 책임감이 생긴다. 좀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마음 속에는 여러 생각이 있는데 무엇보다 잘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강하다.

-한화가 그동안 감독의 무덤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에 대한 부담은 없나?

감독이라면 정말 오랫동안 잘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성적이 나지 않으면 해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부담보다 내가 생각한 것, 내가 고민한 것을 새롭게 우리 선수들, 스태프와 즐겁게 풀어가겠다.

-그동안 미국에 주로 있었다. 미국에서 특별히 느낀 것은?

가장 부러운 것은 선수층이다. 특히 투수가 그렇다. 좋은 투수가 정말 많다. 마이너리그를 봐도 150㎞를 던지는 투수가 너무 많다. 그런데 우리 나라도 좋은 젊은 투수가 많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 한화에 많다. 우리 한화의 미래가 밝다고 생각한다. 내 목표대로 차그차근 한발한발 걸어가겠다.

-올해부터 바로 우승을 목표로 하나?

지금 조금 밑에 있다. 올해는 먼저 5할을 맞추는 게 우선이 아닐까 싶다. 포스트시즌 진출에 초점을 맞춰서 가겠다. 이후 그 다음을 보겠다.

-과거 두산 감독 시절 처음으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치는 야구를 했다. 최근 다시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대세가 됐는데 한화에서도 이를 펼칠 계획이 있나?

어제 찾아보니 도루 꼴찌더라. 점수를 내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일단 발빠른 선수가 많은 팀이 강하고 유리하다고 본다. 우리 한화도 빠른 선수, 도루를 할 수 있는 선수를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류현진과 어떤 얘기를 했나?

아직은 긴 얘기는 안 했다. 인사만 나눴다. 반갑더라. 저녁에 숙소 도착해서 차근차근 대화 많이 나누겠다.

-밖에서 본 한화 선수 중 눈여겨 본 선수가 있나?

젊은 선수들이 많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내야에 좋은 선수가 있고 내가 볼 때 한화의 장점은 젊은 투수다. 젊은 투수를 바탕으로 한화가 점점 강해지는 팀이 돼야 하지 않을까. 팬들에게 탄탄한 야구를 보여주는 팀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야구를 스태프에게 강조하고 노력하겠다.

-선수를 기용할 때 뚝심의 야구로 표현이 된다. 이번에도 비슷한 모습이 나올 수 있을까?

이 부분은 변치 않으려 한다. 그런데 경기가 86경기 남았다. 선수를 믿게 되면 기회를 많이 주고 믿고 기다리려 한다.

-한화 젊은 선수와 소통하는 방법은 어떻게 생각하나?

소통 많이 할 것이다. 예전보다 많이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형님도 되고 어린 선수에게느 아버지 같은 마음도 보여주겠다. 선수들이 현장에서 야구 편하게 하도록 잘 준비하겠다.

-미국에 있으면서 현장에 대한 그리움도 컸을 것 같다.

1990년 미국에서 야구 연수를 했었다. 그때와 지금 야구가 다른 것을 알았다. 어떻게 변했는지 알고 싶어서 미국에 갔다. 마이너리그에서 야구 공부를 하고 돌아왔다.

-선수단에 가장 강조하고 싶은 원칙이 있나?

야구는 한사람이 잘해서 이기는 게 아니다. 팀워크가 필요하다. 지금 팀이 어려우니까 한 사람의 마음보다 같이 마음을 모아서 한 경기씩 풀어가자고 했다.

-이전에 계약 기간을 모두 채우지 못했다. 다시는 이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이 클 것 같은데.

감독은 책임질 수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끝까지 꼭 마무리하고 목표를 이루고 떠나고 싶다.

-한화에서 가장 먼저 보완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몇가지 보완점은 알고 있다. 그런데 팀이 지금 아픈 상황이다. 지금 여기서 아픈 부위를 얘기하고 싶지는 않다. 스태프와 부족한 부분을 잘 채우겠다.

-2018년 NC에서 물러날 때 날짜가 오늘과 같더라.

사실 나도 문자를 보고 이를 알았다. 지인이 문자를 보내주셔서 알았다. 이런 건 억지로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높은 곳에 큰 뜻이 있는 게 아닐까.

-코칭스태프는 그대로 간다고 발표됐다. 수석 코치 등에 변화는 혹시 있나?

스태프가 선수들과 가깝게 있었다. 시즌 중반으로 향하는데 선수들을 동요시키기 싫었다. 지금 있는 스태프와 마음을 모아서 나머지 경기를 마무리할까 생각한다.

-마무리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대표팀은 3년 만이고 현장 복귀는 6년 만이다. 한화 유니폼을 입고 보니 이제 실감이 나는 것 같다. 부족하지만 한화가 더 강팀. 상대가 두려워하는 팀이 될 수 있게 우리 스태프. 선수단과 노력해서 팬들에게 좋은 플레이 보여드리겠다.

한편 김 감독은 지난 2일 한화와 3년 총액 20억원(계약금 5억원, 연봉 15억원)에 계약했다. 김 감독은 올해 정규시즌 남은 87경기부터 2026년까지 한화를 지휘한다. 통산 896승으로 KBO리그 역대 감독 최다승 6위에 자리한 명장이 6년 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던 도쿄 올림픽까지 포함하면 3년 만의 현장 복귀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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