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개인의 일탈로 치부하기에는 대중의 관심이 너무 뜨겁다. 미디어가 확대 재생산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지만, 이름 내놓고 일하는 사람들의 숙명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스포츠계가 때아닌 추문으로 얼룩지고 있다. 국정 지지도가 낮아질 때마다 불거지는 일종의 ‘물타기’로 보기에는 범위가 너무 넓다. 심지어 선수들의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나오는 수준이다.

프로축구 K리그는 음주 문제로 홍역을 앓고 있다. 최근에는 명문구단으로 꼽히는 서울FC는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인 황현수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실을 숨겨 퇴단 조치당했다. ‘명가’로 꼽히는 전북 현대는 주장 김진수가 음주로 수천만원의 내부 징계를 받은 것도 모자라 원경경기 대패 후 라운지바(구단 주장)에 머문 게 팬 입방아에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태극마크를 달고 해외 전지훈련을 떠난 피겨 선수들은 음주뿐만 아니라 성추행 논란에 휩싸여 진실공방에 여념이 없다. 미성년자를 상대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사실부터 ‘사실은 연인관계였다’는 해명이 여과없이 공개돼 호사가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미성년이든 성인이든 비체육인이면 누구도 관심갖지 않을 일이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저지른 일탈이어서 ‘국민적 관심사’에 노출됐다.

KBO리그도 무관치 않다. 롯데 자이언츠 투수 나균안은 지난달 24일 사직 KIA전 선발등판을 앞두고 새벽까지 술집에 머문 게 팬에게 발각돼 지탄받았다. 설상가상 1.2이닝 8실점이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어 “프로답지 못하다”는 비난을 받았고, 구단으로부터 30경기 출장정지와 40시간 사회봉사활동 명령을 받는 중징계까지 받았다.

한발 물러나서 해당 사안을 바라보면,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구단에 알리지 않은 황현수를 제외하고는 ‘이렇게 욕먹을 일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직장인도 다음날 아침 출근해야 함에도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는 경우가 많다. 굳이 국가대표 선수가 아니라더라도 연애하는 미성년 수는 상상 이상이다.

직장에서 크게 실수를 저지르거나, 상사에게 크게 혼나거나, 회사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 사람도 직장동료나 지인과 새벽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넋두리하는 게 사회적 지탄을 받을 만한 행동은 아니다.

그래서 ‘운동선수는 제도권 교육을 받지 않아 인성이 그릇됐다’는 비난은 납득하기 어렵다. ‘대중의 관심을 받는 운동선수’라는 직업적 특성을 제외하고 바라보면, 제도권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교실에 가둬두고 국영수과사를 주입식으로 가르쳐서 ‘올바른 사회인’이 된다면, 의무교육을 이수한 국민은 경범죄도 저지르면 안된다는 명제도 충족해야 한다.

선수들이 잘했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런데 현대 사회가 운동선수 혹은 공인에게 요구하는 도덕적 가치는 ‘성인’에 가깝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전에 이른바 마녀사냥식으로 몰아세우는 게 문화처럼 자리잡은 점도 생각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

‘가두어 놓고 교육하는 것’이 정답은 아니다. 운동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사회화가 더딘 건 제도권 교육을 받지 못해서가 아니다. 날 선 말싸움으로 이합집산에 열을 올리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과 대한체육회장의 행태를 보면, 스포츠 선수들의 일탈은 애교 수준이다. zzang@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