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황혜정 기자] “제가 그때 마지막 공 딱 잡았거든요.”

때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4년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4 KBO리그 올스타전’. 광주대성초 야구부 김도영(당시 11세)은 당시 홈런더비 볼보이였다. 외야에 나가 친구들과 함께 신나게 공을 쫓아다녔다.

당시 전성기를 보내고 있던 타자 김현수(당시 두산·현 LG)가 홈런더비를 위해 타석에 섰다. 김현수는 홈런 14개를 쏘아올리며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신기록이었다.

그리고 그 영광의 순간에 함께했던 초등학생 김도영이 김현수의 마지막 공을 잡았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김현수는 역대 최다 출전인 15차례 올스타 출전, 프로야구 선수가 된 김도영(21·KIA)은 생애 첫 올스타 출전으로 나란히 함께하게 됐다.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2024 KBO리그 올스타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은 “당시 김현수 선배의 마지막 공을 내가 딱 잡았다. 볼보이였던 내가 홈런더비에 나서다니 좀 신기한 것 같다”고 회상했다.

김도영은 지난 5일 랜더스필드에서 열린 ‘올스타전’ 사전경기인 홈런더비에 나서 홈런 4개를 때려냈다. LG 오스틴 딘과 결승 진출을 놓고 서든데스를 펼쳤지만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김도영은 “공을 잡던 내가 공을 치는 입장이 되니 신기했다. 그 부분에서 더 재밌었다”며 미소지었다.

올시즌 커리어하이를 보내고 있다. 전반기 최초 ‘20홈런-20도루’를 기록하며 KBO리그 새 역사를 썼고, 본인은 리그를 대표하는 라이징스타가 됐다. 소녀팬 뿐만 아니라 이모·삼촌팬도 몰고 다닌다.

리그 최우수선수(MVP) 이야기도 거론된다. 김도영은 “솔직히 MVP까지 생각하긴 이르고 건방진 것 같다. 일단 부상하지 않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기록을 세우는 건 지금 이대로 끝나도 된다. 기록에 의식하지 않고, 팀에 보탬이 되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팀 동료인 투수 정해영(KIA)이 팬투표에서 최다 득표자가 됐다. 김도영은 “팬투표 1위는 의미있는 기록이다. 나도 언젠가 팬투표 1위로 올스타전에 참석하고 싶다”며 웃었다.

마지막으로 김도영은 “생애 첫 올스타전 재밌게 잘 즐기고 있는데, 끝까지 잘 즐기다 가겠다”고 다짐했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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