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황혜정 기자] “너는 팀의 간판이다.”

실점으로 이어진 실책. 21세 선수의 한순간 판단 실수였을지 모르지만, 사령탑은 ‘젊은’ 선수의 미숙한 플레이가 아닌, ‘팀의 간판’ 선수의 안일한 플레이로 봤다.

지난 2일 대구 삼성전. KIA 내야수 김도영(21)은 3회말 런다운에 걸리려던 삼성 구자욱을 몰고 가다가 돌연 1루수 서건창에게 송구했다. 예상밖 플레이에 미처 포구 준비를 하지 못한 서건창이 공을 놓치며, 이닝이 그대로 끝날 뻔한 상황이 삼성의 찬스로 돌아갔다. 3루주자 구자욱은 곧이어 투수의 주루방해를 얻어내 득점에 성공했다. KIA가 실점한 순간이다.

김도영은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치고 곧바로 교체됐다. 문책성 교체다. KIA 이범호 감독은 그날 경기 뒤 김도영을 감독실로 불렀다.

지난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올스타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도영은 당시를 돌아보며 “감독님께서 ‘너는 3년차지만, 그것보단 팀의 간판이다. 간판인 선수가 많은 팬분들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건 좋지 않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김도영은 “감독님께서 앞으로의 내 미래에 대해서도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다. 그러다 보니 나도 생각이 정리됐다. 앞으로 그런 플레이가 나오지 않게, 팬분들께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게 알려주셨다. 감사했다”고 덧붙였다.

당시 문책성 교체에 대해 이범호 감독은 “누구나 실수는 한다. 나도 많이 했다”면서도 “팀 자체가 실책성 플레이로 인해 약해 보인다면, 우리는 후반기에도 좋을 게 없다. KIA가 까다롭다는 느낌을 주면서 게임을 하는 것과 반대로 우리 실수로 인해 상대팀이 ‘이길 수 있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건 다르다”고 설명했다.

김도영은 올시즌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로 발돋움했다. 전반기 최초로 20홈런-20도루를 친 선수로 역사에 이름을 남겼고, 올시즌 타율 0.341, OPS(출루율+장타율) 1.030을 기록하며 KIA의 전반기 리그 1위에 공헌했다.

그러나 수비 실책이 잦다. 19개 실책을 범했다. 이 부분 리그 1위다. 2위인 2루수 김혜성(키움)의 12개와 차이가 크다.

김도영도 수비 실책에 대해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계속 마음을 다잡고 있다. 김도영은 “구단 멘탈 프로그램을 통해 강사님께 들은 조언인데, ‘수비할 때는 수비만, 공격할 때는 공격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수비에 훨씬 집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화끈한 공격력의 KIA. 그러나 ‘팀 간판’인 김도영을 비롯해 팀 실책도 전체 1위(87개)로 수비에 고민이 많다. 우승을 하려면 이 감독의 말처럼 어이없는 실책을 줄여 상대로부터 ‘KIA를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사라지게 만들어야 한다. KIA의 후반기 과제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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