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수직 무브먼트는 정우주와 함께 김태현이 최고다.”

정우주(전주고)·정현우(덕수고) 톱2 체제는 굳건하다. 1순위 키움은 2025 신인 드래프트가 열리는 9월11일 아침까지도 정우주와 정현우를 놓고 고심할 것이다. 그리고 키움의 선택하지 않은 한 명이 2순위 한화 유니폼을 입을 게 분명하다.

관건은 그다음이다. 전체 3순위부터 혼전이다. 시계를 지난 3월로 돌리면 좌투수 배찬승(대구고)이 유력해 보였다. 지난달까지는 우투수 김태형(덕수고)이 3순위를 예약한 듯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두 좌투수 김태현(광주일고)을 주목한다. 3순위 지명권을 행사하는 삼성부터 4순위 롯데, 5순위 KIA까지 김태현의 일거수일투족을 빼놓지 않고 체크하고 있다.

의외라면 의외다. 김태현은 아직 시속 150㎞ 이상을 던진 적이 없다. 반면 정우주 정현우 배찬승 김태형을 포함해 드래프트 대상자 15명가량이 스피드건에 150㎞ 이상을 기록했다. 강속구 투수 시대에서 최고 구속 147㎞를 찍은 김태현에게 ‘파이어볼러’라는 수식어를 넣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하지만 구속이 전부는 아니다. 구위를 판단하는 기준은 구위 외에도 많다. 공의 움직임과 회전수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트래킹데이터 시대에서는 특히 그렇다. 더불어 투수의 팔이 나오는 각도, 투구시 팔의 스피드 등도 구위를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 잠재력을 평가하는 스카우트 입장에게는 ‘발전 가능성’ 또한 중요하다. 야구에 임하는 자세, 성격과 성향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김태현이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A구단 스카우트는 김태현을 두고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다. 3월부터 구속이 계속 오른다. 우타자 상대 결정구로 쓸 수 있는 스플리터도 던진다. 타점이 좋고 투구 밸런스도 안정적”이라며 “무엇보다 인상적인 부분은 성실함이다. 훈련하는 태도가 정말 좋다. 늘 성실하게 훈련했기에 최근 꾸준히 구속이 오르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B구단 스카우트는 “객관적으로 찍힌 숫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수직 무브먼트 수치에서 김태현은 정우주와 함께 이번 드래프트 대상자 중 최고다. 155㎞를 던진 정우주와 147㎞를 던진 김태현이 수직 무브먼트에서는 비슷한 숫자를 기록하고 있다”며 “팔스윙이 매우 좋다. 류현진, 김광현처럼 팔이 빠르게 채찍처럼 나온다. 최근 보여준 모습도 좋지만 앞으로 더 좋아질 가능성도 높은 투수”라고 평가했다.

현재 대통령배에 출전 중인 김태현은 지난 30일 대전고와 경기에서 2.2이닝 무실점으로 활약했다. 안타 2개를 맞았지만 삼진 5개도 잡았고 사사구는 없었다. 이날까지 올해 15경기 49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1.47. WHIP(이닝당 출루 허용률)은 0.76이다.

1년 전 김택연도 그랬다. 드래프트 날짜가 다가올수록 가치가 상승했다. 구속 이상의 회전수와 수직 무브먼트로 스카우트의 눈을 사로잡았다. 전체 2순위에서 김택연을 지명한 두산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미리 준비한 유니폼을 김택연에게 건넸다.

수직 무브먼트에 있어 왼손 투수 최고로 평가받는 김태현이 9월11일 어느 팀 유니폼을 입을지 관심이 쏠린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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