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거제 여고생 필선(이혜리 분)의 목표는 엄정화 백댄서다. 춤추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댄스 동아리를 만들었지만, 클럽에서 물의를 일으켜 제때 졸업도 못했고 동아리 연습실도 잃었다. 때마침 서울에서 치어리딩을 배운 세연(조아람 분)이 전학 왔다. 필선은 연습실을 얻을 목적으로 세연에게 치어리딩 동아리를 제안한다.
9명의 동료를 모았다. ‘밀레니엄 걸즈’라는 그럴듯한 팀명도 짰다. 하지만 필선과 그의 단짝 미나(박세완 분)는 딴 생각을 품었다. 자유로운 힙합 댄스를 출 생각이다.
팀워크가 필요한 치어리딩은 좀이 쑤셨다. 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밀레니엄 걸즈가 성장하긴 무리가 있다. 제멋대로 10대들이 점점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치어리딩의 매력도 알게 됐다. 치어리딩의 합이 맞아가면서 마음도 하나로 모였다.
14일 개봉하는 영화 ‘빅토리’는 1984년 거제 고등학교에서 결성된 대한민국 최초 여고 치어리딩 팀 ‘새빛들’의 이야기를 재구성한 작품이다. 배경을 1999년으로 바꿨다. 밀레니엄 시대를 대표하는 듀스, 엄정화, 김원준, 신성우 등 명곡이 흐른다.
삐삐나 시티폰처럼 시대를 훑고 간 소품으로 추억을 환기시켰다. 극속에는 2000년이 되면 모두가 죽거나, 컴퓨터가 버그를 일으킬 거라는 괴상한 추측이 난무한다. 당시 실제로 진지하게 돌았던 소문으로 웃음을 만들었다.
주축이 되는 여고생들의 심리 묘사 짚어내 공감을 샀다. 낙엽만 떨어져도 까르르 웃는 청량한 이미지에 지극히 작은 이유로 토라졌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 껴안고 화해하는 여고생의 모습을 스크린에 펼쳐냈다.
가장 핵심이 되는 치어리딩은 절반의 성공이다. 처음에는 어설펐지만, 점차 합이 맞아가는 안무는 응원의 참 맛을 안겼다.
이들의 행복한 치어리딩에 같이 기분이 좋아진다. 다만 배우들이 열심히 노력한 것을 한 번에 보여주고 싶었는지 풀샷의 롱테이크를 너무 많이 활용했다. 다수의 컷을 활용해 속도감을 내는 편집이 거의 없어, 종종 늘어지는 게 옥에 티다.
배우들의 앙상블은 더할나위없이 좋다. 화자로서 극을 이끄는 필선 역의 이혜리는 한계를 넘어섰다. 인물의 감정 변화를 정확하게 짚어냈다. 애착을 갖고 치열하게 연기했다는 이혜리의 발언이 스크린을 통해 확인된다.
미나 역의 박세완은 완벽한 사투리 연기를 비롯해 작품의 맛을 살렸다. 조아람은 새초롬한 여고생 세연을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이 외에도 밀레니엄 걸즈의 배우들 모두 자기 캐릭터를 충분히 이해했다. 연기의 구멍이 없으며, 오버하지 않는 정확한 움직임으로 작품을 풍성하게 했다.
축구팀 골키퍼 치형 역의 이정하는유머를 담당했다. 디즈니+ ‘무빙’(2023)과 tvN ‘감사합니다’에서 활약한 이정하는 왜 주목받는 배우인지 스스로 증명했다. 분량이 많지 않음에도, 정확하게 코미디를 던지고 퇴장했다. 마지막까지 웃기는 건 이정하다.
거제를 배경으로 한 만큼 조선소에서 발생한 노동 착취를 자연스레 끌고 왔다. 단순히 웃기는 것만이 아닌 협동심과 의리, 인간이 가져야 할 올바른 본성을 적절히 배합했다. 그 안에서 필선 아버지 역을 맡은 현봉식의 연기력이 압권이다.
여고생들의 춤사위가 스크린을 가득 채우면, 절로 미소가 띠어진다. 극장에서 상쾌한 느낌이 전달된다. 굳이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음악과 춤을 함께 즐기게 된다. 자연스럽게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고 오랫동안 연락 안 했던 친구들에게 통화 버튼을 누르게 만든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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