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어찌 됐든 외야수들의 수비 범위가 좁았다. 반면 유격수는 뛰어난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넓은 범위를 커버했다. 그러다 보니 좌익수 앞에서. 혹은 외야 좌측 파울 라인으로 향하는 타구를 유격수가 처리했다. LG의 지난 10년이 그랬다.

정석은 아니다. 매뉴얼과 상반된다. 기본적으로 타구는 정면에서 잡아야 한다. 내야수와 외야수 사이로 떨어지는 타구라면, 시야가 확보된 외야수가 잡는 게 맞다. 올시즌 이러한 상황에서 에러가 나왔는데, 사령탑은 정석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27일 잠실 KT전을 앞두고 지난 25일 고척 키움전 8회말 상황을 돌아봤다.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키움 공격인 8회말 1사 1, 2루에서 최주환이 내야와 외야 사이로 떨어지는 타구를 쳤다. 타구 속도가 빠르지 않았다. 유격수 오지환과 좌익수 김현수, 중견수 박해민이 모두 이 타구를 쫓다가 한 명도 잡지 못했다. 콜플레이 미스로 안타. LG는 2사 1, 2루가 될 상황에서 1사 만루로 몰렸다. 그리고 2사 만루에서 이형종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고 4-6으로 패했다.

이를 두고 염 감독은 “그 상황에서는 오지환이 잡는 게 아니다. 외야수가 우선”이라며 “유격수가 누구냐의 문제가 아닌 무조건 외야수가 잡아야 한다. 외야가 잡을 수 있는 범위에서는 무조건 외야수에 우선권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염 감독은 이전에 2루수 신민재와 우익수 홍창기가 비슷한 모습을 연출한 것을 회상하면서 “그때 둘이 충돌한 후 신민재는 무조건 외야수에 양보하고 있다”며 “내야수가 거기까지 따라가서 잡는 것은 내야수의 욕심이다. 더불어 외야수도 콜을 확실하게 해야 한다. 콜을 빨리하면 내야수는 스톱하게 돼 있다. 콜플레이는 야구의 기본인데 콜이 제대로 안 되면서 그런 장면이 나왔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시즌 초반 광주에서도 비슷한 타구에 오지환과 외야수가 겹쳤다. 애매한 타구였는데 누구도 공을 처리하지 못했다. 당시도 이 수비 하나가 치명타가 됐고 LG는 KIA에 패했다. 오랫동안 오지환이 맡아왔던 타구인데 오지환이 타구를 포착하지 못하면 정석대로 가야 한다. 오지환의 영역을 줄이고 정석대로 외야수가 잡아야 한다.

염 감독은 “옛날 LG는 옛날 LG인 거다. 지금 우리의 패턴은 무조건 외야수가 잡는 거다. 물론 외야수의 수비 범위가 좁으면 내야수가 처리하려 할 수도 있다. 그래도 기본은 외야다. 내야수와 외야수 모두 잡을 수 있어도 외야수가 잡아야 한다”고 재차 기본기와 정석을 힘줘 말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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