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팜므파탈을 이토록 훌륭히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천연덕스럽고 귀여운 이미지는 온데간데 없었다. 강렬한 존재감으로 작품을 장악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고민시다.
그가 맡은 역할은 사이코패스 유성아다. 자기 연민과 피해의식이 가득 차 있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사람을 죽이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 그 대상은 죄 없는 어린 아이도 해당된다. 영하(김윤석 분)의 펜션에 매료돼 이상할 정도로 집착했다. 펜션을 갖는 데 방해되는 사람은 가차 없이 공격하거나 죽였다.
고민시는 “유성아는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인물이다. 무서움이 있으면서 아름다운 이미지, 보는 즐거움이 있어야 그다음이 궁금해질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등장하는 순간 서스펜스가 넘쳤다. 눈빛에는 알 수 없는 비밀이 담겨 있다. 진하고 강렬했다.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가 서사적으로 헐겁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고민시의 영향력만큼은 극찬 일색이다. 과감한 결단이 득이 됐다. 허리만 숙여도 척추가 보이길 바랐다. 동물적인 느낌이 나길 바랐기 때문이다. 체중을 43kg까지 감량했다. 악착같이 뺐다.
“기괴함을 표현하기 위해서 평소 몸무게에서 5~6kg을 감량해 43kg까지 줄였어요. 제 인생 최저 몸무게에요. 운동을 열심히 했고 밥은 거의 못 먹었어요. 달걀 2개 정도 먹었던 것 같아요. 외적으로 무척 노력했습니다.”
어딘가 징그럽고 섬뜩하다. 그저 바라만 볼 뿐인데 등골이 오싹하다. 죽은 아이를 캐리어에 담아 차로 옮기는 장면에서 드러나는 유성아의 뼈 마디는 잔혹함과 비정함으로 전달됐다.
“변화를 위해 몸을 던지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에요. 저도 새롭고 다양한 모습이 카메라에 담기는 걸 보니 희열이 느껴졌어요. ‘보기 드문 한국 악녀’라는 반응이 가장 인상적이었죠. 피해자 입장에서 보면, 헛된 상상까지 하게 될 정도로 너무 끔찍한 일이지만 그 괴로움을 잘 보여준 작품이라 생각해요.”
팜므파탈의 선구자에 가까운 김혜수가 칭찬했다. “고민시의 시대가 열린 것 같다”고 엄지를 들었다. 대선배의 칭찬은 고민시에게 큰 위로가 됐다.
“김혜수 선배님께서 잘했다고, 좋아하셨어요. ‘선배님 너무 감동이에요’ 했더니, ‘민시야, 너가 감동이지. 그냥 너라는 존재 자체가 감동이지’라는 말씀을 하셨어요.”
무섭고 잔인한 유성아와 달리 고민시는 실제 삶에선 선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사회적 책임을 다 하기 위해 기부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달에는 수해 피해 이웃을 돕기 위해 5,000만 원을 기부하며 ‘아너스클럽’ 회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다.
“많이 가지지 못했더라도 내가 가진 것의 일부를 나눌 때 그냥 이상하게 기분이 좋았어요. 제가 기부를 할 때마다 선배님들이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고 계세요. 많이 돕고 베풀고 나눌수록 언제가 됐든 분명히 더 좋은 일들로 찾아올 거라고 해주셨어요. 저도 좋은 길을 따라가고 싶어요.” khd998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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