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황혜정 기자] “팬 여러분, 정말 죄송합니다.”

연신 ‘죄송하다’라며 고개를 숙였다. 롯데 우투수 나균안(26)이 구단 자체 징계 후 복귀 경기서 취재진과 만나 고해성사를 했다. 구원승을 따내며 승리투수가 된 기쁨은 일절 없었고, 오로지 반성과 사죄 뿐이었다.

나균안이 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KBO리그 두산과 원정경기에서 11회말 구원 등판해 2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솎아내며 무실점 호투하고 구원승을 따냈다.

반성과 사죄의 이유가 있다. 나균안은 지난 6월25일 사직 KIA전서 선발등판 전날 늦은 시간까지 지인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것에 대해 구단 자체 징계를 받고 한동안 1군 무대를 떠나 있었다.

당시 롯데 구단은 30경기 출장 정지 조치와 사회봉사활동 40시간의 중징계를 내렸다. 그리고 징계가 끝난 뒤 이날 특별엔트리가 열리자 1군 엔트리에 등록됐다.

나균안의 ‘고해성사’는 일문일답으로 대체한다.

◇이하 나균안과 취재진의 일문일답.

- 그간 어떻게 지냈나?

팬 여러분께 너무나 죄송스럽고, 팀원들에게도 너무 죄송하고 미안하다. 징계를 받으면서 야구장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정말 많이 생각했다. 반성도 많이 했고, 느낀 점도 많았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팬 여러분께 좋은 모습만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확대엔트리로 1군에 올라왔는데 어떤 마음가짐이었는가?

마음가짐보다는 내가 어떻게 해야될 지 가장 먼저 생각을 많이 했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상황이 어떤 상황이든 최선을 다하겠다고 생각했다.

- 복귀 후 김태형 감독과는 어떤 얘기를 나눴는가?

딱히 별 다른 얘기는 없으셨다. 그저 지나가면서 감독님께서 ‘이제 징계를 마치고 왔으니, 야구장에서 팬 여러분께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하셨다.

- 실전감각에 대한 불안함은 없었나?

내가 실전 감각에 대한 걸 따질 여유가 없었다. 그저 1군 콜업됐을 때, ‘마운드에 올라와서 어떻게든 좋은 모습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 2군에서 재정비 기간 동안 어떤 점을 준비했나?

재정비보단, 스스로 반성하는 시간을 많이 가졌다. 훈련도 더 많이 하고 반성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팬분들께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생각했다.

-오늘 속구 구속이 시속 148㎞까지 나왔는데, 몸 상태는 어떤가?

몸 상태는 항상 좋았다. 안 좋더라도 마운드 위에선 내가 할 걸 해야하지 않겠나. 좋고 안 좋고 따질 여유가 없었다. 팔이 부서지는 한이 있더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만 생각했다.

- 자숙 기간에 고민을 많이 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고민인가?

야구장 안에선 물론이고, 밖에서도 나는 ‘공인’이라는 걸 조금 더 확실히 인식하게 됐다. 경각심을 가지고 야구장 안팎에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징계 기간 내내 매일같이 했다. 또 야구장에서 박수를 받고 뛰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시간인지 정말 많이 느꼈다. 팬분들이 있기 때문에 야구 선수인 내가 있다. 팬 분들이 첫 번째라는 걸 가장 많이 느끼고 반성했다.

- 복귀전서 구원승을 따내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오늘만큼은 절대 팀에 피해 주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던졌다. 마운드 올라가서 어떻게든 내가 막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 팀이 5강 싸움을 이어가는 시기에 콜업됐다. 시즌 초반에 중요한 선수였던 나균안이 자리를 비우며 팀이 흔들리기도 했는데?

일단 그 부분에서 내 불찰이 가장 크다. 팀이 한참 힘들 때 옆에 있지 못했다. 나로 인해 팀 분위기도 안 좋아졌고, 팀 성적도 나빴다. 팬 분들께서 실망이 정말 크셨을 것이다. 이제 남은 경기, 내가 못 뛰었던 시간만큼 배로 열심히 뛰겠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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