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릉=김용일 기자] 9월 A매치 휴식기를 앞두고 K리그1은 팀당 29경기를 소화했다. 정규리그는 단 4경기 남았다. 파이널 라운드까지 포함하면 9경기.

지난해 2부 강등 위기에 몰렸던 강원FC가 리그 종반을 향하는 시점에도 ‘1위’를 마크하리라곤 누구도 예상 못 했다. ‘윤정환 매직’으로 불릴 만하다.

강원은 승점 51로 ‘디펜딩 챔프’ 울산HD(승점 51)와 승점 타이지만 다득점에서도 리그 전체 1위(53골)에 매겨져 있다. 12개 팀 중 유일하게 50골 이상을 넣었다.

강원은 늘 전력 열세를 고려해 수비 지향적으로 나서다가 역습을 시행하는 색채가 짙었다. 그런데 올 시즌 윤 감독 체제에서 공격에 숫자를 많이 둔 부분 전술로 최고 화력의 팀으로 거듭났다. 키패스도 전체 2위(146개)를 기록 중이다.

윤 감독은 지난 1일 수원FC와 29라운드 홈경기에서 2-2로 비기고 선두 탈환에 성공한 뒤 “(순위표) 위에 있는 건 지금 의미 없다”며 방심을 경계했다. 그러면서 “1위라는 순위가 동기부여가 될 순 있다. 선수들이 긴장감을 두고 할 수 있는 순위다. 더 잘 준비하자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강원의 선두 질주는 그저 ‘돌풍’으로만 해석되는 게 아니다. 리그를 선도하는 전술 뿐 아니라 새로운 트렌드도 만들어냈다. 빅클럽과 비교해서 예산이 적은 시도민구단이 해내기 어려운 부분이다.

우선 ‘고교생 K리거’ 바람을 일으켰다. 내년 겨울 토트넘(잉글랜드)행을 확정한 2006년생 양민혁이다. 강릉제일고 학생인 그는 학교와 그라운드를 오가면서도 리그 최정상급 공격수로 거듭났다.

과거 울산을 비롯해 일본 세레소 오사카, 제프 유나이티드 등을 이끌 때도 유독 가능성을 지닌 젊은 선수 중용에 신경을 쓴 윤 감독은 지난 겨울 동계전지훈련부터 양민혁의 가능성을 눈여겨봤다. 기대 이상이다. 10대답지 않게 상대 견제에도 속도를 살린 드리블과 결정력 등 제 가치를 꾸준히 살리면서 승승장구했다. 8골5도움의 특급 활약이다. 유럽행과 더불어 국가대표팀에도 승선했다.

대표팀 승선 이후 부담이 더 커졌는지 최근 활약이 주춤하나, 누구나 겪을 성장통이다. 윤 감독은 질책하지 않고 감쌌다. 그는 “아직 어리지 않느냐. 부담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대견하게 표현하지 않는다”며 고마워했다. 이런 스승의 진심을 느낀 것일까. 양민혁은 생각하지 못한 올해 성장 곡선에 “지분의 80% 이상은 윤 감독의 몫”이라고 치켜세웠다. 양민혁의 활약이 커지자 타 팀도 고교생 선수의 기용이 늘어나고 있다. 강주혁(서울) 윤도영(대전) 등이 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포지션 변화’를 통한 성공도 강원이 주도했다. 윤 감독은 황문기를 오른쪽 풀백, 이기혁을 센터백, 이유현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변신시켰는데 성공작이었다. 특히 황문기는 리그 최정상급 풀백으로 거듭나며 대표팀에 승선했다. 선수 재능을 보는 윤 감독의 눈도 한몫하나, 결정적인 성공 비결은 따로 있다. 윤 감독은 “(해당 포지션에서) 선수가 실수하면 다음에 뺄 수도 있는데 되도록 계속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런 부분에서 믿음이 생기고 선수들이 열심히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강원만의 색채에 믿음이 공존하는 게 ‘롱런’의 비결이다. 파이널A 진입을 조기에 확정한 강원의 올 시즌 최종 도착지점이 어디일지 궁금해진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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