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1·2군 경기를 바라보는 것은 물론 수시로 해외에 나가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계획한다. 신인 드래프트가 코앞으로 다가온 최근에는 스카우트팀과 수시로 회의에 임한다. 주 7일·일 년 365일 근무가 기본인 KBO리그 단장 얘기다.

비시즌이 따로 없다. 일 년 내내 시즌이다. 선수단이 144경기 페넌트레이스를 한다면 단장은 365경기 마라톤에 임한다. 그만큼 할 일이 많다. 만들면 끝이 없을 정도로 업무량이 방대하다.

외국인 선수 영입, 국내 선수 군입대 관리와 캠프 장소 섭외, 2군 시설 및 육성 프로그램 점검, 신인 드래프트 결정 등 야구단에서 가장 바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칭스태프 구성 또한 단장이 주도한다. 비시즌 모두가 FA(프리에이전트) 행보를 주목하지만 물밑에서 벌어지는 지도자 영입 경쟁 또한 치열하다.

그런데 정답은 없다. 치밀하게 준비해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야구가 그렇듯 무슨 일을 해도 예측 불가다. 그래도 움직여야 한다. KIA 심재학 단장과 삼성 이종열 단장이 그랬다. 눈 뜨고 일어났을 때 장소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분주한 나날을 보낸다. 이들의 결정과 결단 하나하나가 팀이 순위표 상단에 자리하는 원동력이 됐다.

선수단 동향만 봐도 그렇다. 승리하면서 성장하도록 단장과 선수가 분주히 움직인다. 비시즌 선수들이 해외에서 훈련 혹은 실전에 임한 것은 물론 시즌 중에도 해외 전지훈련을 한다.

KIA는 김기훈 김현수 조대현 유승철 김민재가 미국 트레드 애슬레틱에서 특별 훈련이 임했다. 훈련 결과를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담당 코치와 논의해 과감히 이들을 미국에 보냈다. 하나라도 얻어온다면,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지난겨울 미국 시애틀 드라이브 라인에 갔던 투수 중 몇 명이 기량 증가를 이룬 만큼 한두 명이라도 반환점을 찍기를 기대했다.

그 기대가 가장 중요한 시즌 막바지 결과로 나온다. 김기훈은 8월2일 대전 한화전부터 지난 1일 대구 삼성전까지 9연속경기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11.1이닝을 소화했고 상황을 가리지 않고 마운드를 지켰다. 180도 달라진 투구폼으로 디셉션을 극대화했는데 제구 난조에서도 벗어나고 있다. 곽도규 김대유 최지민 이준영에 김기훈까지 양질의 왼손 불펜진을 자랑하는 KIA다.

삼성도 그랬다. 유망주가 시즌 중 미국에 향했다. KBO리그 최초로 메이저리그(ML)가 주관하는 드래프트 리그에 선수를 보냈다. 내야수 이창용과 투수 김성경이 빅리그를 바라보는 유망주들과 실전에 임한다.

이종열 단장은 “현역 시절 미국 캠프에서 느낀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당시 미국 선수들의 이론과 훈련법이 내게는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엇이 좋은 타격인지, 어떻게 수비해야 하는지 당시 머리에 망치를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받았다”며 “이창용은 장타력이 있고 김성경은 빠른 공을 던진다. 그런데 미국에는 이런 선수가 참 많다. 둘이 미국 유망주들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얻는 게 분명히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단장 부임부터 눈코 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이 단장이다. 그만큼 신속하다. 박병호가 트레이드 시장에 나오자 가장 먼저 움직여 장타력을 보강했다. 기복은 있으나 박병호의 홈런으로 이긴 경기가 많은 삼성이다.

심 단장과 이 단장은 외국인 선수 이슈에도 초스피드로 대응했다. 심 단장은 에이스 제임스 네일이 경기 중 사고를 당하자 네일이 최고 시설에서 수술받고 입원하도록 움직였다. 동시에 대만에서 대체 외국인 투수 에릭 스타우트를 데려왔다.

이 단장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기민함으로 외국인 타자 르윈 디아즈를 영입했다. 루벤 카데나스가 부상 이슈와 마주하자 담당자를 디아즈가 있는 멕시코로 보냈다. 시간이 매우 촉박했는데 멕시코에서 취업 비자를 받고 태평양을 건너는 이색 루트로 디아즈 영입을 마쳤다. 삼성 그룹이 아닌 야구단 역량으로 마감일 전에 디아즈에게 삼성 유니폼을 입혔다.

ML에서는 야구를 단장 게임이라고 한다. 매년 팀당 20, 30명가량 유니폼이 바뀌는 만큼 단장 역량이 팀의 현재와 미래를 결정한다. KBO리그도 크게 다르지 않다. ML만큼 관리해야 할 선수가 많지 않고 선수단 변화도 적지만, 단장의 판단과 결정이 팀 운명을 좌우할 때가 많다. 지난해와 올해 KIA와 삼성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만 봐도 그렇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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