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전체 1순위 지명 목표는 이루지 못했습니다.”

당당했다. 부상과 수술로 좌절했던 순간을 돌아보면서 당시 마음속에 새긴 목표를 털어놓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비록 목표를 이루지 못했으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인 것도 잘 알고 있었다. 역대 최고 전체 10순위 지명 선수로 꼽히는 서울고 오른손 파이어볼러 김영우(19) 얘기다.

김영우는 지난 11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0순위로 LG 지명을 받았다. 지명일 오전 김영우 지명 기회가 생길 수 있다는 LG 스카우트팀의 희망이 현실이 됐다. 최고 구속 시속 156㎞를 두 차례 기록했고 평균 구속 150㎞를 던지는 특급 재능이 지난해 우승팀 유니폼을 입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빠르면 5순위, 늦어도 7, 8순위에서 김영우의 이름이 호명된다는 게 일반적인 전망이었다.

LG 구단 관계자 또한 “사실 우리는 5순위 KIA가 지명할 줄 알았다. KIA가 꾸준히 지켜보더라. KIA가 아니더라도 우리 앞에 있는 구단이 선택할 것으로 예상했다. 8월까지만 해도 그랬다”며 “지난해 드래프트에서 김영우 같은 선수가 나왔다면 4, 5순위에서 지명받았을 것이다. 그만큼 올해 선수들이 좋다. 우리 입장에서는 큰 행운”이라고 미소 지었다.

김영우에게도 행운이 됐다. 아버지를 통해 야구를 알게 됐고 야구를 시작하게 됐는데 아버지와 함께 응원하는 팀이 LG다. 김영우의 아버지는 “우리 영우가 LG에 입단하게 돼 고맙고 자랑스럽다. 오늘 같은 날은 영우의 아빠라 더 자랑스럽다”라고 아들과 함께 꿈을 이룬 소감을 전했다.

드래프트 행사 후 김영우 역시 “아주 익숙한 유니폼”이라고 웃으면서 “LG 정우영 선배님과 인연도 있다. 같은 서울고 출신이다. 우영이 형이 겨울에 학교에 와서 많이 도와주시기도 했다. 운동하는 거 도와주시면서 피드백도 해주셨다”고 돌아봤다.

덧붙여 자신과 비슷한 유형의 투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LG 마무리였던 고우석 선배님, 현재 마무리인 유영찬 선배님”이라면서 “목표도 그렇다. 늘 목표를 높게 잡는데 내년 목표는 신인왕이다. LG 투수 선배님들처럼 잘 던지고 싶다. 감독님 코치님 팬분들이 편안하게 지켜보는 투수가 되고 싶다. 열심히 몸 만들고 운동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영우는 지난 6월 한화가 주최한 고교·대학 올스타전에서 가장 돋보이는 투구를 펼쳤다. 9회 고교 올스타팀 마무리 투수로 등판해 156㎞를 찍었다. 대학 타자들을 압도했고 드래프트 예상 순번 또한 치솟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10순위 지명이 아쉬움으로 다가올 수 있다. 김영우는 “전체 1순위 지명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후회는 없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부터 나는 신인이다. 앞으로 야구 할 시간이 더 많다. 이제부터 더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목표를 높게 잡은 뚜렷한 이유도 있었다. 김영우는 “2학년 10월에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했다. 3월에 다쳤는데 10월에나 수술을 받았다. 사실상 공백기가 2년 정도 됐다”며 “그때부터 어쩔 수 없는 일,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미련을 버리기로 했다. 유급하게 됐지만 그만큼 재활 잘하고 준비 잘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서 생긴 목표가 전체 1순위였다”고 설명했다.

LG는 김영우 지명을 통해 드래프트 목표를 이뤘다. 붕괴 직전인 불펜진에서 김영우가 새로운 에너지가 되기를 바란다. 드래프트 지명 순번과 신인왕 가능성이 비례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김영우가 새로운 목표를 이룰 가능성도 없지 않다. 2019년 LG 신인왕 정우영 또한 지명 순번은 2차 전체 15순위였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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