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에이스다웠다. 1차전을 패한 팀의 2차전 선발 투수로서 분위기 반전을 이끌었다. LG 선발 투수 임찬규(32)가 가장 필요할 때 포스트시즌 첫 선발승을 거뒀다.

임찬규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에서 92개의 공을 던지며 5.1이닝 2실점(1자책)으로 활약했다. 팀의 7-2 승리를 이끌며 프로 입단 14년 만에 가을 무대에서 선발 투수로서 승리를 따냈다.

이전까지는 이상하게 포스트시즌 무대 선발 등판에서 고전하곤 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포스트시즌 세 차례 선발 등판 평균자책점이 8.00에 달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고전한 원인을 잘 알고 있기에 일어설 수 있었다.

예전에는 지나친 준비와 흥분이 독이 됐다. 몇 시간 동안 홀로 상대 타자 전력 분석에 매진했다. 자신도 모르게 구속이 너무 잘 나와 무모하게 속구 승부에 임했다가 무너지기도 했다.

이날은 실패를 경험 삼아 ‘무심’으로 마운드에 섰다. 포수 박동원의 사인만 믿고 던졌다. 주무기 커브와 체인지업을 절묘하게 섞었다. 포스트시즌이라고 다른 게 아닌, 정규시즌과 똑같이 던졌다. 준PO 2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도 받았다.

경기 후 임찬규는 “이제 가을 야구에서 어떻게 던져야 하는지 알 것 같다”며 “예전에는 정말 한 점도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오늘은 ‘줄 건 주자. 하지만 빅이닝만 주지 말자’고 생각했다. 사실 3회까지는 좀 어려웠다. 가운데 몰린 공도 있었고 의도치 않게 속구 구속이 잘 나왔다. 하지만 4회부터 동원이 형과 호흡이 맞고 커맨드도 잘 됐다. 내 가을 야구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이전 포스트시즌처럼 4선발이 아닌 2선발로 준PO를 치르는 것에 대해 “2선발이라는 생각은 안 한다. 그보다 감독님께서 상황에 맞춰서 내보내 주시니까 그 믿음에 보답하고 싶다. 가을 야구에서 개인 목표는 없다. 팀 목표만 생각한다. 팀 목표인 10승을 채워가겠다. 이제 1승 했는데 앞으로 동료들과 잘 뭉쳐서 계속 승리를 채우고 싶다”고 밝혔다.

마운드에 오르는 것 외에 역할도 있었다. 투수조 조장으로서 후배 유영찬에게 심리적으로 힘도 돼야 한다. 임찬규 또한 3년 전 시즌 중에 부친상을 겪었다. 유영찬처럼 아버지를 잃고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이날 팀에 복귀한 유영찬은 9회초 등판해 1이닝 무실점했다.

임찬규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가슴 아픈 일이다. 나는 그렇게 못했는데 영찬이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바로 팀에 복귀했다. 기특하고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며 “워낙 크고 가슴 무거운 일이다. 긴 시간 동안 가슴이 아프고 힘들다. 나는 지금도 많이 힘들다. 그래도 오늘 영찬이가 잘 던지면서 가족들에게 큰 위로가 된 게 아닐까 싶다. 동료와 가족, 팬들을 위해 좋은 투구를 해준 영찬이에게 진심으로 고생했고 고맙다는 얘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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