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강속구 투수가 아니어도 얼마든지 큰 경기에서 잘 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작년까지 포스트시즌 선발 등판시 평균자책점이 7.71로 고전했던 것도 올해 준플레이오프(준PO) 2경기를 통해 완벽히 지웠다. LG 임찬규가 특유의 절묘한 피칭을 앞세워 준PO 2승 평균자책점 1.59로 활약해 준PO MVP를 수상했다.

임찬규는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T와 준PO 5차전에서 6이닝 3안타 2볼넷 4삼진 1실점 퀄리티스타트(QS) 호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자신의 가을야구 첫 번째 QS다.

6회까지 단 1점도 주지 않았다. 타선도 3점을 내며 임찬규를 지원했다. 7회에도 올라왔다. 선두 타자 장성우에게 안타, 다음 강백호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투구수 89개. 여기까지였다. 손주영이 올라왔다. 손주영은 무사만루 위기에서 1점만 허용했다. 손주영이 8회까지 던졌고 9회에는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가 등판해 승리를 완성했다.

LG는 4-1로 KT를 꺾으면서 준PO를 3승 2패로 통과했다. 오는 13일 대구에서 삼성과 PO에 임한다.

경기 후 임찬규는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MVP까지 받아 영광이다. 가을에 잘하는 모습을 기대하신 팬들께 보답도 했다”면서 “2차전을 잘 던진 게 자신감이 된 것 같다. 작년까지는 가을 야구를 하면 올라오는 이상한 감정이 있었다. 그 감정으로 인해 역효과가 났다. 올해에는 가을에도 최대한 정규시즌을 한다는 마음으로 침착하게 준비했다. 그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6회초를 던지고 세리머니를 했던 것은 부끄럽게 돌아봤다. 임찬규는 “7회에도 올라올 줄 몰랐다. 알았다면 6회 마치고 세리머니를 안 했을 것”이라고 웃으며 “팬분들께서 어느 때보다 내 이름을 크게 연호해주셨다. 덕분에 터프한 상황도 이겨낼 수 있었다. 팬들이 응원해주셔서 좋은 경기를 했다”고 밝혔다.

자신만 내세우지 않았다. 임찬규는 MVP로 선정된 점에 고마움을 전하면서도 5경기 모두 등판한 에르난데스의 활약도 강조했다.

그는 “에르난데스가 전 경기 등판했다. 이렇게 모든 경기 나오면서 컨디션 맞추는 게 정말 어렵다. 마무리만 한 게 아니라 다채롭게 나갔다. 우리 팀 사정상 불펜이 어려웠는데 에르난데스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다. 내 마음의 MVP는 에르난데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지막으로 임찬규는 22년 전 한국시리즈(KS)를 돌아봤다. 그는 “다시 강조하지만 팀 승리가 가장 큰 목표다. 2002년 KS 삼성과 경기가 생각이 난다. 꼭 이번 PO에서 그때 패배를 설욕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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