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요르단 원정은 승리 그 이상의 가치를 안겼다. 외인 감독 체제에서 고정화 현상이 짙었던 축구대표팀 베스트11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면서다. 특히 홍명보 감독이 선택한 ‘젊은피’ 태극전사가 커다란 가능성을 증명하면서 미래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요르단전은 전방부터 후방까지 대표팀의 새 에너지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전술의 뿌리 구실을 해야 하는 수비 안정화가 돋보였다. 임시 주장직을 소화한 ‘괴물 수비수’ 김민재(바이에른 뮌헨)의 새 파트너로 나선 조유민(알 샤르자)은 속도와 적재적소 압박, 패스 성공률 95.4%의 수준 높은 빌드업 능력을 뽐냈다. 조유민은 홍 감독이 요르단 원정을 앞두고 일찌감치 새 카드로 점찍고 준비한 자원이다. 기대가 적중했다.
지난달 A매치 기간 왼쪽 풀백으로 뒀다가 이번에 오른쪽에 둔 설영우(즈베즈다) 카드도 들어맞았다. 그는 오른쪽 윙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연령별 대표에서 호흡을 맞췄을뿐더러 평상시에도 소통을 많이 하는 사이다. 함께 측면에서 뛰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 요르단전에서 이강인이 상대 집중 견제를 받았는데 전반 중반 이후 상대를 끌고다니면서 설영우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장면이 나왔다. 결국 전반 38분 설영우가 오른쪽 측면을 파고들어 이재성의 헤더 결승골을 돕는 어시스트를 기록했다.
지각변동의 하이라이트는 2선. 부상으로 빠진 손흥민(토트넘) 대신 왼쪽 윙어로 뛴 황희찬(울버햄턴)은 상대 거친 두 차례 태클에 발목을 다쳐 전반 22분 만에 물러났다. 예상못한 변수에 홍 감독은 엄지성(스완지시티) 카드를 꺼냈다. 그는 선제골에 디딤돌이 되는 패스를 뿌렸다. 후반 4분 엄지성마저 무릎을 다쳐 빠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지만 애초 왼쪽의 대체자로 여긴 배준호(스토크시티)를 전격적으로 투입했다. 배준호는 후반전을 지배했고 오현규(헹크)의 추가골을 도왔다.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을 누비는 엄지성과 배준호는 각각 2002년생, 2003년생이다. 2년 뒤 북중미 월드컵 본선을 가게 되면 20대 중반에 다다른다. 축구 선수로 전성기 나이를 향하게 된다. 그래서 이번 활약이 반갑다.
홍 감독의 선택을 받고 7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단 오현규도 마찬가지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선 철저히 ‘3번 옵션’ 스트라이커였던 그는 올 시즌을 앞두고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벨기에 헹크로 이적, 후반 조커로 뛰며 득점을 양산하고 있다. 원래 홍 감독은 스위스 그라스호퍼에서 주전으로 거듭난 이영준 발탁을 고려하다가 오현규를 선택했다. 후반 주민규 대신 교체로 들어간 오현규는 득점 뿐 아니라 강한 전방 압박 등으로 요르단 수비를 짓밟았다. 그간 A대표팀에서는 결정력 부족으로 비판받았는데 이날 12경기 만에 데뷔골을 넣었다.
대표팀은 파울루 벤투, 클린스만 감독을 거치면서 주전이 고정화해 내부 경쟁 구도가 약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홍명보호에서 젊은피가 새바람을 일으키면서 북중미를 겨냥, 유의미한 선의의 경쟁이 펼쳐질 전망이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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